썬나도민 인터뷰
퇴사 이후 인요가로 되찾은 삶 | 김보연 님 인터뷰
2020. 12. 11 | mango
 


퇴사 이후 인요가로 되찾은 삶

경쟁과 보여주기 대신 나에게 집중하는 힘



일요일 요가 수련을 4개월째 꾸준히 하고 계신 보연님,
보연님이 궁금합니다.

7년 차 다니던 회사를 집어던지고 지금은 미술 학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어요.


의류 업계에서 일했는데, 빠르게 변하는 트렌드와 패션 시장 속에서 사실 좀 힘들었어요. 항상 앞서 시즌을 내다보고 준비하느라 현재가 없는 것 같았거든요. 매력적인 일이지만 저한테 맞지 않았던 거예요. 사람을 대하는 것도, 사도 사도 끝없는 소비 위주의 생활도 그때쯤 버거워지기 시작했어요. 괴로움에 결국 퇴사를 결정했죠. 지금이라도 멈춰서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100세 시대에 어차피 직업은 계속 바뀔 거라고 되뇌는 요즘이에요.


평소 일상을 어떻게 보내세요?

 

쉬는 날엔 주로 집에 있어요. 나이 많은 고양이 둘과 살고요. 방 안에서 영화와 책을 보거나 그냥 고양이랑 누워있거나 맥주를 마시는 게 저의 휴식이에요.



전에는 모으는 걸 좋아해서 이것저것 많이 사들였어요. 특히 레고를 사모으느라 지출도 컸고 방도 점점 좁아졌었죠.

그렇게 물건에 파묻혀 살다가, 어느 순간 소비 위주의 삶이 버겁고 무겁게 느껴졌어요. 그래서 요즘은 ‘뺄셈의 미학’을 실천해요. '레고는 플라스틱 덩어리일 뿐’이라고 되뇌며 더 늘리지 않아요. 차마 가지고 있던 것들을 처분하진 못했지만.



필름 카메라로 사진을 찍고 현상을 할 때도 있어요. 남자친구를 따라 시작한 취미예요. 결과물을 바로 볼 수 없어서 궁금하기도 하고, 뜻밖의 사진들이 나와서 신기하고 새로워요. 사진을 찍으러 딱히 멀리 나가진 않아요. 맨날 보던 게 새롭게 느껴지는 날, 주변에 있는 걸 찍어요.


썬데이나마스떼는 어떻게 알게 되었나요?

 

평소 비건에 관심이 많았어요. 책도 보고 이런저런 정보를 찾아보다 이영주 선생님의 인스타그램 계정을 보게 되었고, 썬나섬도 알게 되었죠.

회사를 그만두자마자 3개월 정도 비건을 실천했지만, 평생의 식습관을 한순간에 바꾸는 건 보통 일이 아니었어요. 부지런해야 하고 무엇보다 많은 공부가 필요했어요. 단순하게 다이어트하듯 식단을 바꾸는 일이 아니니까요. 인생의 긴 목표로 삼고 꾸준하게 실천할 생각이에요. 지금은 페스코부터 다시 천천히 시작하고 있어요.


영주 선생님의 '인요가' 수업으로 수련하고 계시죠.
일요일 아침잠도 뿌리치고 꾸준히 요가를 하는 동기가 있을까요?

일요일 아침에 교회 가는 기분이 이런 걸까요. 사실 가까운 거리도 아니고 잠이 많은 편인데, 그래도 일어나서 가게 되더라고요. 스스로도 신기해요. 

월요병이 좀 나아지는 기분이에요. 자세 안에서 몸의 자극과 생김새를 관찰하고 있으면 한 주 동안 즐거웠거나 힘들었던 감정이 스멀스멀 떠오르는데요. 가지고 갈 것과 흘려보낼 것을 마주하고 새로운 한 주를 시작하는 데 도움이 돼요. 경쟁하는 운동도 아니고 꾸준하게 자신의 길을 가는 것이라 요가가 더 마음에 들어요. 옆 사람이 공중부양을 한들 나의 수련에만 집중하면 되니까!


기존에 가졌던 요가에 대한 생각 중 바뀐 것이 있나요?

‘실력이 상당한 멋진 여자들이 하는 것'이라는 이미지가 있었어요. 괜히 요가를 배우러 갔다가 혼자 구석에서 해야 될 것 같고, 갑자기 딱 붙는 운동복을 입기도 부담스럽고… 넘지 못하는 벽이 컸어요. 요가하는 아름다운 여인들의 사진을 접하다 보니, 한편으론 화려한 운동처럼 보이기도 했어요.


썬나섬에서 처음 인요가 수업을 듣고는 매우 만족스러웠어요. 요가는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깊이가 있었어요. 왜 요가를 '수련한다'고 표현하는지 알 수 있었어요. 몸과 마음, 정신을 고루 살피고 온전히 나에게 집중하는 시간을 가졌거든요. 사람 하나 크기의 매트 위에 고요히 누워 있자니 관속에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어요. 매트의 크기는 마치 욕심을 버리고 겸손하게 살라는 의미 같기도 했어요. 특별한 도구 없이도 매트 안에서 90분 동안 많은 생각과 감정이 오갔어요. 묘하고 신기한 경험이었죠.


'인요가'는 아주 정적인 스타일이라 어떤 분들은 심심하게 느낄 수도 있을것 같아요.
인요가의 매력은 무엇이라 생각하세요?

예민하고 화가 많은 성격이에요. 평소 텐션도 높지 않아서 ‘으쌰으쌰’ 하는 운동이나 너무 활동적으로 어울리는 운동에선 오히려 스트레스를 받는 것 같아요. 스포츠 경기도 별로 재미가 없어요.(아무나 이겨라…😅) 경쟁하거나 보여주기를 위한 운동도 마찬가지고요.

그래서 인요가가 마음에 들었어요. 인요가는 오로지 자신에게 집중하게 해줘요. 정확한 자세를 요구하기 보다는 자연스러운 발 모양을 그대로 두기도 하고, 애쓰기보다 몸이 수용하는 정도를 받아들이면서 자세에 머물러요. 이완한 상태로 자세에 머물고 나면 몸이 시원하고 유연해진 게 확실히 느껴져요.



한 자세로 오래 머물다 보니 명상을 같이 하게 되는 것 같아요. 명상은 거창하고 부담스럽게만 느꼈었는데, 이제 길게는 7~8분을 머물며 나를 들여다보고 내면을 마주할 용기도 생겼어요. 항상 괴롭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아왔는데, 지금은 괴로움을 들여다보고 받아들여요. 시간이 좀 지나면 양요가도 한번 도전해볼 생각이에요.


단골 질문이에요. 보연님에게 '건강한 삶'이란?

잘 늙어가는 것. 길에서 종종 어떤 어르신을 계속 쳐다보게 돼요. 머리도 희고 주름살도 깊은데 참 곱다는 생각이 들 때에요. 그건 분명 하루아침에 나오는 얼굴이 아닐 거라고 생각해요. 지금의 모습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사랑하면서 살기란 생각만큼 쉬운 일이 아니니까요. 표정이 아름답고 그 속에서 행복이 느껴지는 삶을 살고 싶어요.


마지막으로, 요가를 시작하는 분들께 응원의 한마디를 보낸다면?

요가를 하며 이미 제게는 많은 변화가 생긴 것 같아요. 요가도 요가지만, 이렇게 ‘나의 이야기’를 굳이 꺼내본 적이 없어요. 짧은 시간이지만 요가를 통해 몸과 마음을 들여다보지 않았다면 이런 기회가 있었을지요. 앞으로도 꾸준히 할 생각이고요. 시작하는 모든 분들이 몸뿐만 아니라 마음도 함께 지켜나가는 수련을 하길 응원해요. 첫 요가의 길을 열어준 썬나섬과 이영주 선생님, 저와 이름이 같으신 인터뷰어 김보연 선생님께 감사드립니다.🙂



인터뷰어  야자수

정리  망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