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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에는 서핑을, 마음에는 요가를 | 하보람 선생님
2021. 2. 5 | mango
 

 

겨울에는 서핑을, 마음에는 요가를

썬데이나마스떼 하보람 선생님 인터뷰

 

사진 제공: 룰루레몬 코리아

고양이 네 마리와 함께 살며 길고양이 보호에 마음 쓰는 사람. 칼바람 부는 1월에도 주저 않고 바다에 뛰어드는 열정적인 사람. 때로는 여러 지역의 사투리를 구사하는 솔직한 사람. 바로 썬데이나마스떼에서 수업을 운영하고 요가를 가르치는 하보람 선생님이다.

지난해 말, 썬나섬에 ‘일꾼’으로 합류해 수업 운영을 맡은 하보람 선생님은 매 순간 삶을 느끼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말한다. 오늘도 수련을 멈추지 않는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Q. 요가를 가르치며, 썬나 수업을 기획 및 운영하고 계세요.
썬나와의 인연은 어떻게 시작되었나요?

요가를 3년 정도 쉬던 때 우연히 썬나를 알게 되었는데, 일반적인 요가원과는 확실히 달랐어요. 일 년 열두 달 똑같은 수업을 하는 게 아니라, 주제를 가지고 수업을 끌고 간다는 게 흥미로웠어요. 프로젝트 단위로 수업을 운영한다는 점도 매력적이었고요. 무엇보다도 썬나 채널에 올라오는 글을 보며 되게 진솔하다고 생각했어요. 개성 있는 진정성이랄까요.

공교롭게도 당시 알고 지내던 선생님께서 기획일꾼인 야자수 님을 소개해주었어요. 월요일 점심시간에 직장인을 대상으로 수업을 한 게 시작이었죠.

 

Q. 요즘은 거리두기로 인해 썬나에서 온라인 수업을 함께 꾸리고 계신데요. 

멈춰버린 일상을 다른 형태로 어떻게든 이어갈 수 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어요. 그게 아니라면 할 수 있는 게 없잖아요. 조금의 변화를 시도해서 이전에 하던 것을 이어가고, 새로이 도전할 기회인 것 같아요. 코로나 시국이 끝나도 계속 온라인 수업을 듣는 분들이 계실 것으로 생각해요. 온라인 수업이 오히려 잘 맞을 수도, 거기서 새로운 가능성이나 길을 볼 수도 있고요.

서비스 제공자의 입장에서는 새로운 형태의 사업이기도 해요. 일이라는 걸 할 수 없는 상황이 계속 이어졌으니까요. 다시 일을 할 수 있게 해주는 중요한 변화인 거죠. 온라인 수업이 아예 새로운 장르로 정착할 수도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Q. 대학에서 심리학을 전공하셨는데, 요가를 가르치는 일에 어떤 영향을 주었을까요?

그때부터 몸, 마음 그리고 사람에 관심이 많았나 봐요. 임상심리사가 꿈이었지요.

인간을 이해하고자 하는 의지와 태도를 갖추게 됐어요. 사람은 모두 다르지만, 보편적인 고민과 고통이 있어요. 사람의 생각과 행동에는 이유가 있고, 저마다 옳다고 생각해요. 그러다 보니 내 것만 고집하지 않게 되었죠. 제가 요가를 통해 주고 싶은 것은 분명히 있지만, 사람들이 각자 원하는 것도 틀렸다고 할 수는 없어요.

제 수업이 그다지 정형화되어 있지 않은 이유라고 생각해요. 큰 주제는 있지만, 그때그때 흐름에 맞춰서 수업이 유동적으로 흘러가거든요.

 

Q. 요가 다음으론 서핑을 열정적으로 하신다고요. 서핑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절대 헤어나올 수 없는 것 중 하나가 서핑입니다. 4년 전 서핑을 처음 시작했는데, 부산 사람치고는 몹시 늦은 시작이었지요. 일반적인 생각과 달리 서핑은 사계절 내내 할 수 있답니다. 적절한 장비만 갖춘다면요. 한국에선 특히 동해 겨울 파도가 힘 있고 좋습니다. 사람이 적다는 것도 장점이겠지요.

서핑은 여러 모로 매력적이에요. 우선은 사랑하는 바다, 자연과 함께한다는 거예요. 정신없이 파도를 기다리고 타다가도, 바다에 걸린 무지개에 감탄하고 매일의 하늘에 감동할 수 있거든요. 아름다운 일몰 땐 바다 한가운데서 눈물이 난 적도 더러 있어요. 그 순간 거기 있다는 것에 감사하고 행복해서요.

쉽지 않다는 것도 서핑의 매력이에요. 바다는 절대 고정적이지 않기 때문이죠. 같은 파도는 없어요. 매 순간 무엇을 해야 할지 빠르게 결정해야 해요. 엄청난 몰입이 일어나고, 성공했을 때의 쾌감은 어마어마하지요.

또, 서핑하면서 좋은 사람들을 많이 알게 되었어요. 주변 서퍼들을 보면, 자유롭고 삶을 즐길 줄 알며 자연을 아끼는 사람이 대부분이에요. 서로 영감을 주고받을 수 있어서 참 고맙죠.

요가와 비슷한 점도 있어요. 둘 다 집중해서 그 순간을 살아야 하거든요. 두 발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놓치지 않으려 해요. 순수한 몰입이 가져오는 즐거움은 정말 크죠.

서핑을 조금이라도 일찍 시작하지 않은 건 막연한 두려움 때문이었어요. 서핑이든 요가든, 살면서 도전해보고 싶은 것은 일단 해보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내가? 설마?”라며 단정 짓지 않고요. 반드시 잘 해내야 한다는 두려움으로부터 자유로워지면, 무엇이든 시작하는 것은 어렵지 않아요.

 

Q. 고양이 네 마리와 생활하고 계시죠. 동물 보호에도 관심이 많고요.

주로 어떤 활동을 하시나요?

집에 사는 고양이가 있듯, 길에 사는 고양이를 ‘길고양이’라 합니다. 저는 그들이 사람과 공존할 수 있도록 대신 움직이고 목소리 내는 활동을 하고 있어요.

길고양이들이 편히 밥 먹도록 해주고, 도시에서 함께 살아가도록 TNR(중성화)을 해주는 것도 포함하지요. 임시 보호나 입양을 주선하는 역할도 합니다. 새끼이거나 유기된 경우, 길에서 생존하기 어렵기에 새로운 가족을 만나게 해주는 거예요. 캣맘 생활도 어느새 7년쯤 된 것 같아요.

 

Q. 어떤 마음으로 활동하게 되었나요?

그저 다른 생명의 고통을 모르는 체 하고 싶지 않았어요. 인간의 이기심이 싫기도 했고요.
흔히 길고양이가 사람이 사는 곳을 침범하여 있지 말아야 할 곳에 얹혀사는 것으로 여기기 쉬운데, 그렇지 않습니다. 사실 모든 생명체가 자신이 살아야 할 곳에 살게 된 것인데, 인간만이 그곳을 소유하며 사고팔지요. 길고양이는 도시 생태계의 일원으로 법에도 명시되어 있어요. 그래서 요즘은 ‘길고양이’ 대신 ‘동네고양이’라고 부르기도 한답니다. 동네에서 함께 살아간다는 의미로요.

 

Q. 함께 살고 있는 고양이들은 어떻게 만났나요?

왼쪽부터 삐용이, 햇님이, 능금이, 별님이

네 마리 모두 길고양이였어요. 첫째 ‘삐용이’는 어려서 길에서 구조했고, 임시 보호하다 입양하게 되었어요. 둘째 ‘능금이’의 옛 이름은 ‘광주 334’였어요. 보호소에서 안락사를 기다리던 아이였는데 제가 가족으로 맞이했지요. 셋째 ‘햇님이’는 울산보호소 출신입니다. 울산까지 가서 품으로 데려왔어요. 넷째 ‘별님이’는 동네 슈퍼마켓 사장님이 돌봐주시던 아이였는데, 꽃샘추위에 건강이 악화되어 제 돌봄을 받다가 집에 눌러앉게 되었어요. 길고양이도 이렇게 사랑스럽답니다. 지금은 제 가족이자 전부인 친구들이에요.

 

Q. 몸과 마음의 수련를 통해 무엇을 나누고 싶으세요?

사진 제공: 룰루레몬 코리아

요가 하는 사람은 몸의 느낌을 잘 관찰하고, 그대로 있을 줄 아는 사람이거든요. 결국에는 극적인 사건이 아니라, 평범한 일상을 잘 살아내는 것이 바로 건강한 삶이라고 생각해요. 어느 지점에 머물더라도 순간을 온전히 느낄 줄 아는 것이 제게 중요하답니다. 그래서 수련과 공부를 하는 거예요.

나뿐만 아니라 다른 이들에게 마음 쓰고, 동물권과 환경에 관심을 두게 된 이유도 거기 있어요. 모든 것이 서로 잘 굴러가야만 나 또한 잘 살 수 있다고 믿거든요. 제게는 그게 되게 중요해요.

 

Q. 앞으로 썬나에서 어떤 일들을 꾸려나가고 싶나요?

명상을 더 즐겁게 안내하고 싶어요. 이곳 썬나에서요. ‘명상이 좋은 건 알겠는데, 재미 없을 거야. 내겐 맞지 않을 거야.’라고 짐작하는 분들이 아직 많거든요. 제대로 경험해보기도 전에요.

또, 일꾼들과는 썬나의 가치를 실천하는 여러 활동을 해나가고 싶어요. 봉사활동도 좋고, 환경을 위하는 작지만 꾸준한 노력도 좋고요!

 

Q. 오프라인에서 곧 다시 만나게 될 썬나도민들에게 인사를 건네주세요.

안녕하세요, 썬나도민 여러분!

썬나를 찾아오게 된 첫 마음, 자신을 위하고자 하는 그 의도를 늘 소중히 여기겠습니다. 여러분도 스스로 그렇게 해주세요. 저는 그를 위해 늘 열심히 공부하고 안내하겠습니다. 함께 건강하고 즐거운 삶을 만들어 가길 기대하며, 감사드려요!

 

하보람이 하보람에게 메시지를 보낸다면?

“어떤 순간에 어떤 모습이어도,
‘나’로 살아가는 거라면 괜찮다.”

나를 인정해주는 말을 하고 싶어요.


하보람 선생님의 SNS 채널

인스타그램: @bodhi_boram
유튜브: 쏘울치유공장

 


인터뷰어 & 에디터: 망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