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지의 야매로운 채식세계
가지의 야매로운 채식세계 | Ep.01 바닐라라떼를 잃지 못해
2021. 3. 30 | mango
 

 

가지의 야매로운
채식세계🍆

Ep.01 바닐라라떼를 잃지 못해

 

 

바닐라라떼를 잃지 못해

그렇다. 사실 고기 끊는 것만큼, 혹은 그보다 더 힘든 것이 유제품과 멀어지는 것이었다. 

내가 정한 ‘하루 치의 행복’이 있다.  하루에 단 30분이라도 좋아하는 시간을 보내면 ‘하루 치의 행복’은 달성되며, 그날은 충분히 만족스러워진다. 예를 들면 아침에 토스트를 먹으며 보내는 독서 시간, 볕 좋은 날의 동네 산책, 퇴근길 서점 구경 등이다. 그리고 피곤이 쌓인 날에 마시는 바닐라라떼도 있다.

특히 바라(바닐라라떼)는 하루 치 행복을 짧은 시간에 빠른 속도로 채워주는, 특히 처음 한 입의 만족스러움이 어떤 음식에도 비할 데 없는 나의 행복이었다. 그런 ‘바라’를 우유를 떠나보내며 함께 떠나보냈다. 한동안 아메리카노만 마셔야 했다.

어쩐지 내게 아메리카노는 커피계의 힙스터 같다. 아메리카노만 마시는 일은 마치 조각같이 잘 생기고 옷도 잘 입지만 까칠한 과선배와 매일 점심을 먹는 기분이었다. 나는 선배에게 '당신의 멋스러움은 내게 너무 과하니 월수금만 만나자'고 한 뒤, 가방에 두유를 챙기게 되었다.

카페에 가서 두유를 꺼내 “이걸로 바닐라라떼 좀 만들어주세요.’”라고 하면 당황해하는 분들이 종종 계신다. 그럴 땐 어쩐지 의기소침해지기도 한다. 그런데도 '바라'를 잃을 수 없었다. 우유를 만들어내느라 임신과 출산을 반복하다 생을 마치는 젖소의 서글픈 삶을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다면, 찰나의 불편함쯤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가지의 야매채식 TIP!

시중에 판매되는 두유는 종류가 아주 많은데요. 그중에서 단맛이 거의 없고 식감이 무겁지 않은 매일두유를 우유 대체제로 가장 추천합니다. 그래서 저는 라떼를 마시거나 크림 파스타 등을 만들 때 항상 매일두유를 써요.

요즘에는 오트밀(귀리)우유를 사용하는 카페도 종종 보이는데, 오트밀우유도 커피와의 궁합이 아주 좋아 추천합니다. 특히 저는 공덕동에 본점을 둔 ‘FRITZ’의 오트밀라떼를 아주 아주 애정한답니다.

그외에도 두유 옵션이 있는 프랜차이즈 카페로는 스타벅스, 투썸플레이스, 빽다방등이 있답니다

달달한 라떼가 필요한 어느 화요일, 가지 한 번 믿고 두유로 바꿔서 드셔보시죠!

글 & 그림: 가지🍆
디자인: 메리☂
에디터: 망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