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et Our Friends
Meet Our Friends | 김아윤(베지앙: 비건베이커리)
2020. 3. 16 | 썸머
 

 바쁜 도시에 사는 우리에게도🚊, 건강한 선택들이 쉽고 즐거워지길 바랍니다.

이 일을 가능하게 하는 썬나의 고맙고 멋진 친구들을 소개합니다😉.

세번째로 모신 분은, 

비건베이커리 베지앙대표 '김아윤'님(@vegeang_yun) 🥯


  1. 아윤님에 대해 소개 해주세요!!

 안녕하세요, 비건베이커리 ‘베지앙’을 운영했던 김아윤입니다.

베지앙에 대해 간략한 소개를 드리자면 우유, 버터, 계란 등 동물성 재료는

전혀 사용하지 않은 비건 디저트를 만드는 To-go 샵이었습니다.

준비 기간까지 딱 2년간의 프로젝트 사업이었지만 제 내면과 세상 안팍 모두 큰 변화가 있었던 시간이었어요.

  1. 비건 베이커리를 찾을 때면 베지앙이 손꼽히는 맛집으로 검색되었는데 :-)
    베지앙님이 대학졸업 하고 거의 바로 베이커리를 시작하신 걸로 알아요.
    원래 요리를 공부하셨나요??

 고등학교 2학년때, 공부가 너무 하기 싫어 취미삼아 만들던 쿠키를
친구들이 정말 맛있게 먹는 것을 본 뒤 무료했던 제 삶에 두근거림이 찾아왔어요.
자습시간에 공부는 안하고 맨날 베이킹 레시피들을 미친 듯이 검색했어요.
많지도 않던 용돈을 몽땅 베이킹 재료에 썼을 정도에요😂.
하지만 전혀 아깝지 않았고 오히려 행복했어요.그러다 결국 진로까지 조리쪽으로 결정하게 되었죠.


하지만 막상 대학에 와보니 실습적인 부분은 배울 기회가  거의 없었어요.
그래서 2학년때 휴학을 결심하고 파주의 유일한 프랑스 아티장 베이커리에 편지를 들이밀었어요.
셰프님께서 처음에는 어린 여자애가 절대 못한다고 단호하게 선을 그으셨지만
제 편지를 보시고는 허락해 주셨어요.


그 1년을 생각하면 아직도 아찔할 정도로 힘들었어요.
20kg가 넘는 포대를 매일 나르고, 저만한 반죽기로 빵을 만들었어요.
베이커리가 작아 제가 거의 모든 것을 빠르게 잘해야 했기 때문에 정신력으로 버텼던 것 같아요.
몸도 많이 고장났지만, 덕분에 1년만에 빵, 케이크를 만드는 것 뿐 아니라
아이싱, 페이스트리 등 많은 것들을 다룰 수 있게 되었어요.


 비건베이킹도 기존의 베이킹처럼 재료의 물리적 화학적 특성을 생각하고 만들어야하기 때문에
베지앙을 준비하면서 그 시절 경험이 많이 도움이 되었어요. 또, 버터와 계란 등을 대체할 수 있는
다양한 재료를 찾기 위해 해외 유튜브 채널과 사이트를 수도없이 찾아봤어요.

 

  1. 사실 버터, 계란이 들어가야 빵답다고 느끼는 사람들도 많죠.
    어떻게 비건 베이커리를 시작하게 된건지 궁금해요!!

 다양한 것들이 모여 저를 만들었지만, 어떻게 보면 모두 연속선 상에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생태교사를 하셨던 어머니 밑에서 환경과 자연을 존중하는 삶을 배웠고
강원도 인제 시골에 살던 어린 시절 제 최대의 관심사는
‘자연에서 어떻게 더 재밌게 놀까’였어요.
자연이 좋았고, 숲에 사는 식물, 동물과 늘 함께 지내고 싶었어요.
그러다 중학교부터 도시에서 생활을 하다보니 자연과의 연결성이 서서히 옅어졌죠.


 그러다 대학시절 파주의 베이커리에서 일을 하면서,
어디서 오는지도 모르는 계란을 하루에 10판도 넘게 깨야하는
이 일이 과연 진짜 음식을 만드는 일일까? 라는 물음이 생겼어요.
현대의 음식은 더 빨리, 더 저렴하게, 더 많이 생산하기 위해 공장에서 생산되죠.
재료가 어디서 어떻게 오는지는 무시된 채로요.


제가 빵을 만드는 과정도 마찬가지가 아닌가 싶었어요.
이 과정에 연결된 생산자들은 공정한 대가를 받는지, 이것이 자연을 해치지는 않는지...
이 물음을 해결하기 위해 슬로푸드문화원을 찾아가 강의를 듣게되었고,
이것이 제 인생에 큰 전환점이 되었어요.


 슬로푸드문화원의 김원일 총장님과 함께 전국의 농부님들을 만나면서
어릴때부터 연결성을 배울 수 있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우리가 사는 사회는 구조적으로 1차, 2차, 3차 생산자들 간의 거리가 멀어요.
서로를 모르고 무언가를 만들고 거래하죠.
하나의 음식에 들어가는 재료들의 원산지를 찾으려면 세계 일주를 해야 할 지경이니까요.
어린 시절부터 직접 토마토를 재배해보고, 장을 담가보는 등의 경험이 필요해요.
그래야 자연의 소중함과 경이로움을 깊이 느낄 수 있을테니까요.

 학교에 돌아와 도시와 농촌의 연결성 회복을 위해 다양한 공부와 활동을 하기 시작했어요.
그러다가 우연히 학교의 교수님께서 제가 추구하는 가치를 담은 비건 베이커리를 운영하는것을
제안해 주셨고 베지앙은 그렇게 시작되었죠😀.

 

  1. 와… 파란만장한 이야기네요! 그런데 베지앙을 오픈하셨을 즘이면,
    사실 한국에서 비건이라는 개념이 지금처럼 주목받진 않아서 쉽진 않으셨을 것 같아요.
    베지앙을 하실 때 가장 우선 하셨던 가치와,
    겪었던 일들 중에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으시다면?

 베지앙을 시작할 때 저는 ’지속가능한 베이커리‘를 목표로 3가지 지속가능성을 이야기했어요.
첫째, 환경복지를 고려하며 농사를 지으시는 국내 농부님 또는 공정 무역 생산자와 함께하고,
둘째, 친환경 원료를 이용해 소비자의 지속가능한 건강을 보호하며,
셋째, 탄소배출이 적은 국산 재료, 또는 non-GMO 원료로 지구의 건강을 보호하는 것이죠.


 생각보다 초반부터 많은 관심을 받았는데, 알고보니 한국에서 비거니즘을 실천하고 계시는 분들이 많이 계셨어요.
건강식, 다이어트식, 죄책감 없는 빵으로도 주목받고 있었구요.
오픈 전부터 SNS계정에 팔로워가 생겼고, 응원메시지들을 주셨을 정도니까요.


 어려웠던 점이라면, 건강식을 넘어 환경과 주변 생명들에게도 무해하고 맛있는 빵을 만드는 일이었어요.
이 모든걸 갖춘 빵을 만드는게 쉽지 않아 좌절 했던 순간들이 기억납니다.


 하지만 그보다 좋은 기억이 많은데, 그 중 손님들이 써주신 편지들이 가장 생각납니다💌.
맛있고 건강한 빵을 만들어주셔서 고맙다, 베지앙 덕분에 비건과 환경보호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는 편지들이에요.
부끄럽고 감사했죠. 아직도 종종 미소짓게하는 기억입니다.

 

  1. 그럼, 이쯤에서 가장 궁금한 건, 그렇다면 베지앙 김아윤님은 비건이신가요?

 정말 부끄럽게도, 비건 베이커리를 시작하면서도 비건에 대해 깊게 알지 못했어요.
비건을 ‘시도’해본적이 있었지만, 친구들과의 관계속에서 불편함을 만들기 싫어
금방 포기해 버렸어요. 잘 알지 못했고 의지도 강하지 않았던거죠.


 그러다 베지앙을 오픈하고 얼마 되지 않아 한 잡지사와 인터뷰를 했는데,
비건 베이커리를 운영하면서 비건이 아닌 제 생각에 관심있어 하셨고 그 내용을 중심으로 인터뷰가 진행되었어요.



비건을 지향하는 플렉시테리언이지만
첨가물이 잔뜩 들어간 콩고기보단 동물복지 축산 등으로 자연과 가깝게 사육된 고기가 건강에 더 이로우며,
아보카도를 먹는 행위가 어쩌면 더 자연환경에 해로울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로
제가 육식을 하는 행위를 정당화하는 답변을 드렸어요.
(아마도 이제 막 비거니즘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는 분들이라면,
저와 비슷한 생각을 하실 수 있을것 같아요.)


해당 인터뷰 내용을 인스타그램 계정에 올렸는데,
며칠이 지나고 나서 몇몇분들께서 제 인터뷰 내용에 강하게 비판하는 댓글을 남기셨어요.
공개적으로 비판을 당하니 많이 부끄러웠고 사과의 글을 올렸어요.


 그 이후로 비거니즘에 대해 더 깊이 공부하고 싶어졌어요. 
내가 잘 알지 못하는 세계에 대해 함부로 이야기한 것 같다고 느꼈기 때문이에요. 
비건에 대한 사람들의 다양한 생각도 알고 싶어 수 많은 관련 계정과 해시태그를 팔로우하고
그들의 이야기를 계속 읽었어요. 그러다보니 비거니즘이야말로 제가 지향하던 가치를 추구하는 최선의 방향성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가 주장하던 '무해함'이 결국은 비건을 향하고 있음을 깨닫게 된 것이죠.


 그러다 지난 봄, 환경 파괴의 주범인 공장식 축산의 실태를 뻔히 알면서
즐겁게 삼겹살, 치킨을 먹는 행위가 모순적으로 느껴졌어요.
아무렇지 않게 고기를 먹는게 힘들어졌고, 주변인들에게 페스코 베지테리언을 선언했죠.
이제는 동물권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지고 공부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1. 비건에 대해 공부하시면서 가장 와닿은 메시지는 어떤 것이셨어요?

 <아무튼, 비건>이라는 책에서는 비거니즘을 ’연결 ‘이라고 표현해요.

저자 김한민 작가님의 다른 인터뷰내용에서도 나오지만,
비거니즘은 연결성에 대한 공감능력인 것 같아요.


생산자와 소비자의 연결성을 공부하고 알리기 위해 그렇게 뛰어다니다가
이제야 모든 생명간의 연결성을 마음으로 이해하게 된 것 같아요.
예전에는 윤리적으로 사육된 고기는 먹어도 되는 것 아냐? 라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이것도 차별적 행위라고 생각합니다.
애초에 인간이 먹어도 되고 먹으면 안되는 생명 자체가 규범적으로 존재하는 것도 아닌데 말이에요.


현대 사회의 사람들이 참 많이 단절되어있음을 요즘은 너무 쉽게 피부로 느끼게 돼요.
출근하는 열차안에서 자신의 공간이 조금이라도 확보되지 않을 때 상대에게 보내는 무차별적인 공격.
인터넷에서 익명이라는 방패 아래에서 타인을 매장하듯 비난하는 행위,
요즘 코로나바이러스 사태에서도 그러한 모습들이 너무 명확히 드러나요.


서로의 상황에 공감하지 못하고 각자의 틀 안에서 세상을 바라보고, 지적하고, 평가하고, 재단하는거죠.
이런 사회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서로가 연결되었다는 마음, 공감하는 마음이고 결국 이것이 비거니즘의  맥락이라고 생각합니다.


환경도 마찬가지에요. 예전엔 이산화탄소를 대량 배출하고
생물다양성 망가트리는 공장식 축산만 탓했어요.(물론 이것이 첫걸음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조금 더 생각해보니 환경은 지구상에 살아 숨쉬는 모든 생명들이 연결되어 만들어지는 것이잖아요🌎.


나와 내 주변 생명들에 대해 소중히 생각하고 공감하면,
나의 가장 가까이에서부터 변화를 만들 수 있더라구요.
저 먼나라의 환경이 파괴되어 가슴 아픈것만큼 오늘 내가 사용한 일회용품,
동물성 식품 등이 또 다른 생명에게 야기하는 고통에 대해
생각하고 공감하는 것이 비거니즘이라고 생각합니다.

 

  1. 어떤이들은 요가의 철학에서부터 비건을 실천하기도 하는데요,
    베지앙님도 요가를 하고 계신다고 들었어요.
    베지앙님이 생각하시는 요가는 무엇인가요? 또 비건과는 어떤 관계라고 생각하세요?

 재미있는 것은, 제가 비거니즘에 대해 크게 깨달음을 얻은 시기가 요가를 만났을 때와 일치한다는 점이에요.
요가롭게 사는 삶이 사실은 비거니즘적인 삶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해요.
처음 요가를 시작하게 된 것은 언제인지 기억도 나지 않아요.
고등학교 때쯤 살빼려고 시작한것 같아요.


 그러다가 베지앙을 하면서 맨날 서서 일하다보니
운동이 필요해서 일주일에 3번씩 아무리 바빠도 꼭 나갔어요.
이 때 까지만 해도 요가는 그냥 운동이었죠.



요가원에 매트 필라테스, 플라잉요가, 정통요가 프로그램이 시간 대 별로 다양하게 있었는데
저는 이상하게 아쉬탕가, 빈야사 같은 정통느낌의(?) 요가가 재밌더라구요.
안되는 자세에 도전의식이 생겨 열심히 하다가 되는 희열도 컸고 운동효과가 크게 느껴지기도 했구요.
제대로 요가를 배워보고 싶은 욕구가 생기기도 했구요.
그러다 썬데이나마스떼랑도 인연이 닿았죠😉.


 인생의 크고 작은 전환점들이 많지만 요가를 만난것은 아직도 큰 전환점 중 하나로 생각되요.
저는 항상 욕심이 많았어요. 항상 칭찬을 들어야 한다는 욕심이 있고 그만큼 질투도 많았어요.
베지앙을 할 때도 다른 베이커리들의 더 멋진 메뉴를 발견하거나 안좋은 후기가 올라오면
혼자 우울하고 괴로워했어요. 뭐가 부족한걸까 스스로를 항상 채찍질 했어요.
그렇게 1년 정도 운영하다 보니 몸보다 마음이 지치더라구요.


 그 때 혜진선생님의 하타 수업에서 들었던
’나에게 아힘사(비폭력) 하세요', ’산토샤 하세요(현재에 만족 하세요) '
라는 말들이 뇌리에 박혀서 떠나지 않아요.
지금껏 살면서 스스로에게 얼마나 폭력적이었는지 깨달았고
스스로가 만드는 감정의 패턴을 먼 발치에서 바라 볼 수 있었어요.



요가는 제게 인생을 살아가는 방향성과 마음가짐을 제시해 주었고,
앞으로도 이를 놓칠 수 없을 것 같아요.
내가 어떻게 인생을 살아가고 있는지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해 주는 존재에요.


 요가는 신기하게도 매 수련마다 또 다른 깨달음들이 이어져요.
그날 그날 상태에 따라 되던 동작이 힘들게 느껴지기도 하고, 안되던 동작이 되는 가능성도 맛보고!
그래서 매트위에서 삶을 배운다고 하는거 같아요.



요즘은 타인과의 관계에도 영향을 미치는걸 느껴요.
나를 존중할 수 있게 되면서 나와 연결된 이들을 존중하는 마음이 확실히 커졌거든요.
그래서 요가롭게 사는 삶과 비거니즘이 닿아있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1. 마지막으로 베지앙님의 비거니즘의 행보가 궁금해요.
    앞으로의 계획과 와주신 참석자들께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를 부탁드려요.

 인간성, 인간으로서 마땅히 해야하는 것에 대해 이야기할 때 저는 그 기반에 ’절제력’이 있다고 생각해요.
다른 동물들이 본능에 충실 할 때 인간은 절제를 발휘 하죠.
때로는 인간 역시 본능에 충실해서 쾌락, 편리함을 좇아 환경이 파괴시키기도 하지만,
또 다시 인간 스스로가 그 한계를 깨닫고있죠.
우리가 손으로 망가뜨린 것은 세우려면 다시 ‘절제’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너무 많은 이들이 발전한 문명의 혜택을 누리고, 이제는 이것 없이 살아가지 못하는 세상이에요.
이런 세상에서 절제는 정말 어렵죠. 모든 것이 쉽고 빠르게 얻어지고 그만큼 빠르게 버려지니까요.
가장 먼저는 우리가 지구의 일원임을 알아야하고
그 연결성에서 서로를 함부로 대하면 안된다는 공감으로 이어진다면 절제가 더 쉬울지도 몰라요.


 비건이라는 단어가 처음에는 어렵고 와닿지 않을 수 있어요.
하지만 공감이 바탕이 된다면 너무 당연하고 쉬운 것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비난이 아닌 응원과 격려로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무엇을 할 지에 대해서는 확답을 드리기 어려울것 같아요.
비건 베이킹 클래스를 들으러 유럽을 다녀왔는데 정말 많이 놀랐어요.
발전된 기술들과 재료 뿐 아니라 이미 그들의 생활문화에 비거니즘이 깊게 스며들어 꽃이 피고있었어요.
한국에서도 'EASY VEGAN' 할 수 있도록 모두에게 무해한 일을 하며 살고 싶어요.
아마도 비건문화 선진국을 찾아가 더 많은 경험과 지식을 쌓아올 것 같아요.
요가와 비건을 함께할 수 있는 곳이라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