썬나도민 인터뷰
썬나도민 인터뷰 | 정인선 님
2020. 8. 17 | 썸머
 

한 달에 한번, 저마다의 건강한 일상을 멋지게 살아가고 있는 썬나의 사람들 이야기를 들려 드리려 해요.


이들의 이야기가 당신의 삶에 영감을 가져다 주기를!


인터뷰 006호📝

주민 정인선 님


Q. 한남동 작은 집에서부터 함께해 준 썬나의 고마운 친구, 인선님! 인선님이 궁금합니다. 간단히 소개 부탁드려요!


- 어떤 일을 하고 계신가요?

안녕하세요, IT전문지에서 기자로 일하고 있는 정인선입니다. 



- 나의 하루는 주로 어떻게 돌아가나요?

요새는 재택근무 위주로 일을 하고 있어요. 그래서 아침에 일어나면 유튜브 영상을 보면서 15분정도 짧게 요가를 한 뒤, 씻고 책상으로 출근을 해요.


그리고 하루종일 일을 하고… 퇴근 시간이 되면 노트북을 덮고 집 근처 요가원에 가거나, 달리기를 하러 나갑니다.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편이라 11시 즈음에는 잠자리에 들어요. 



- 쉴 때는 무엇을 즐겨하시나요?

회사 홈페이지 자기소개란에 "일하지 않는 날엔 달리기와 요가를 합니다.”라고 적어 두었어요 ㅎㅎ 정말 이대로입니다.


주말에 일찍 일어나게 되면 오전에 달리기를 하거나, 집 근처 산에 올라요. 그리고 늦잠을 자는 날이면 오후에 바로 썬나로 직행! 

사진: 작년 10월 첫 풀 마라톤 대회에서.



- 좋아하는 동네, 음식, 음악은 무엇인가요?

지금 살고 있는 인왕산 아래 작은 동네를 정말 사랑해요.


원래 부모님과 함께 살다가 지난해 가을에 처음 독립을 하게 됐어요. 우연히 발견한 동네가 마음에 쏙 들어서 급하게 계약을 했어요. 무엇보다 집에서 걸어서 5분만 나가면 바로 산이 나와서, 계절의 변화를 그때그때 느끼며 달릴 수 있어요.


집 근처에 평지에도 큰 공원이 있어서 산에 가기엔 시간이 빠듯한 날에도 간단히 달리기를 하거나 산책을 할 수 있어요. 광화문, 종로까지 걸어서 30분이면 왔다 갔다 할 수 있다는 점도 큰 장점입니다.


혼자 살기 시작하면서 요리도 이것저것 해 보고 있는데요, 주로 고기나 생선을 구워서 그때그때 냉장고에 있는 야채, 그리고 밥과 함께 간단히 먹곤 합니다.


된장찌개, 파스타도 종종 해 먹고요. 엄마가 전통시장에서 나물 가게를 오래 운영해 오셨는데요, 그래서인지 냉장고에 늘 신선한 채소와 과일을 채워두는 편이에요.

음악은.. 저는 기자 일을 하다 보니 외근이 많아서, 주로 카페에서 일할 때 외부 소음을 차단하는 용도로 듣곤 해요 ㅠㅠ 그래서 가사가 귀에 꽂히지 않는 음악들을 주로 듣습니다. 

 사진: 주말이면 친구들을 불러 집 뒷산을 올라요. 



- 이 외에, 본인을 잘 표현해주는 특징이 있다면요?

한 번 시작한 일은 꾸준히 하는 사람이라는 말을 많이 들어요. 스무 살 때부터 거의 10년간 엄마, 여동생과 함께 새벽 수영을 해 오고 있는데요(요즘은 코로나 때문에 쉬고 있지만 ^^;). 저는 사실 별생각 없이 그냥 매일 하던 일이었는데, 주변에 말하면 다들 깜짝 놀라더라고요.


중간중간 잠깐씩 쉰 적은 있어도 어쨌든 살면서 10년 동안 한 가지를 꾸준히 해 봤다는 경험이 생각보다 흔한 게 아니라는 걸 알게 되고 나서, 일상생활의 다른 영역에서도 ‘그래, 난 그만두지 않는 것 하나는 잘 하는 사람이지!’하는 자신감을 갖게 된 것 같아요.


작년에 광주에서 열린 세계수영선수권대회에 참가한 93세 할머니의 영상을 정말 인상 깊게 봤는데요, 빠르게 헤엄치거나 달리지 않아도 할머니가 될 때까지 꾸준히 몸을 움직이며 지내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요가도 2년 전 이맘때 본격적으로 시작한 뒤로 지금까지 꾸준히 해 오고 있어요.


사진: 물속에서 헤엄칠때가 가장 행복해요. 



Q. 혜진 선생님과 함께 꾸준히 수련 중이시죠. 썬데이나마스떼 또 혜진 선생님은 어떤 계기로 알게 되셨나요 ?

배혜진 선생님과는 요가를 시작하기 전부터 알고 지내던 사이였어요. 취업준비생 시절 디지털 미디어 관련 교육을 함께 들은 동기예요.


당시 혜진 선생님이 ‘요가 선생님’이 본인의 중요한 정체성 중 하나라고 자기소개를 했는데, 그때만 해도 그 선생님이 제 선생님이 될줄은 상상도 못 했어요.


저도 그렇고 혜진 선생님도 그렇고 진로에 대한 고민을 하던 때에 만나서 지금은 각자 다른 길을 가고 있지만, 서로가 선택한 길을 더 잘 걷는 데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고 생각해요.


특히 혜진 선생님이 요가를 다른 사람들에게 더 잘 전하기 위해 요가디오, 혜씨레터 등 다양한 콘텐츠를 제작하고 고민하는 걸 옆에서 보면서 ‘여러 길들이 어디선가는 결국 서로 만나는구나’ 하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썬데이나마스떼는 물론 혜진 선생님 덕분에 알게 됐습니다.

사진: 2018년 겨울 이태원 썬나에서.



Q. 그럼 요가는 어떻게 시작하게 되셨어요?

수영, 사이클, 달리기 등 유산소 운동은 오래전부터 즐겨 했는데, 근력을 기르는 데 도움이 되는 운동에는 좀처럼 재미를 붙이지 못했어요.


그나마 실내클라이밍에 재미를 붙인 적이 있는데, 클라이밍을 하며 부상을 자주 당했어요. 힘만 키워서 될 게 아니라 유연성도 함께 길러야 어떤 운동이든 다치지 않고 오래오래 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죠.


이 때쯤 마침 혜진 선생님이 썬데이나마스떼에서 수업을 시작하게 됐는데 한번 와서 수련해 보지 않겠냐고 권해 주셔서 요가를 시작하게 됐어요.

사진: 혜진샘과 하타 수련을 시작한지 한두달정도 지났을 때에요. 배 안에서 너무 심심해서 부장가아사나 연습.



Q. 사람마다 요가에 대해 가지고 있는 생각이 참 다양한 것 같아요. 인선님은 요가를 시작했을 무렵 어떤 생각을 가지고 계셨나요?

저는 초등학교 때부터 체력장을 하면 유연성 테스트에서 항상 마이너스 30cm가 나올 정도로 뻣뻣한 몸을 갖고 있어요.


요가를 시작한지 2년이 지난 지금도 전굴 동작에서 오금을 잘 펴지 못해요. 수영을 할 때 스타트 다이빙이나 돌핀킥 같은 동작을 하려면 유연성이 필요한데 그런 동작은 수영을 오래 한 것에 비하면 잘 하지 못하는 편이고요.


그래서 요가도 막연하게 저처럼 뻣뻣한 사람은 할 수 없는 운동이라는 생각에 한 번도 해 볼 생각을 못 했던 것 같아요. 



Q. 그렇다면, 위의 생각 중 요가를 경험하면서 바뀐 부분이 있나요? 어떻게 바뀌었나요?

혜진 선생님이 수련 중 가장 많이 하는 말이 ‘숨 쉬세요’와 ‘스스로 머무를 수 있는 곳을 찾아 그곳에서 멈추세요’인데요, 100%가 아니어도 스스로 머무를 수 있는 지점을 찾고 거기서 최선을 다하는 연습을 하게 된 것 같아요.


기자 일을 처음 시작할 때 선배들이 “매일 작품을 쓰려고 하면 아무것도 쓸 수 없다”는 말을 많이 했어요.


기사에는 언제나 마감 시간과 지면이라는 제약이 있으니까, 매번 완벽한 기사를 써내려고 무리하기보다 주어진 제약 조건을 맞추는 한에서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뜻이었어요. 그런데 취재를 하거나 기사를 쓰다 보면 늘 욕심이 생겨요. 그러다 보면 마감 시간을 어기게 되기 쉽죠. 


매트 위에서 욕심을 내려놓는 연습을 하고 있는 것 같아요. 요가를 할 땐 뻣뻣한 몸, 그날그날 몸과 마음의 컨디션 등 조건에 맞춰 수련하지 않을 수 없잖아요? 안 그러면 바로 다치니까.


제가 전굴 동작이 아직 잘 안된다고 하면 사람들이 “보통 그러면 요가를 일찍 포기하게 되던데 어떻게 2년동안 계속 했냐”고 하더라고요.


생각해 보면 저는 원래 제가 유연하지 않다는 걸 너무 잘 알아서, 스스로의 몸에 큰 기대를 하지 않아서 오히려 꾸준히 수련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기대가 없으니 실망할 일도 크게 없는 거죠. 안 되던 자세가 어느날 잘 되면 서프라이즈 선물 받은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거고요. 이게 산토샤(santosha) 인가요? 일을 할 때도 산토샤를 잘 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다만, 만족하는 마음을 갖고 머무르는 것과 안주하거나 포기하는 것 사이의 차이가 무엇인지는 계속 고민하는 중이에요. 

사진: 이런 동작을 하게 될줄은 상상도 못했어요. 



Q. 인선님께 요가의 가장 좋은 점은 무엇인가요?

요가를 하면서 단단하게 뿌리내린 일상의 중요성을 알게 된 점이 가장 커요.


특히 요가를 하기 전과 후로 여행하는 방법이 많이 달라졌어요. 요즘은 여행을 가면 현지에서 요가 클래스를 찾아 듣거나, 숙소에 매트를 펴 놓고 셀프 수련을 하는 게 혼자만의 의식처럼 됐어요.


이전에는 일상에서 도망치고 싶어서 쫓기듯이 여행을 간 적이 많았어요. 그런데 여행지에서 요가 수련을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제가 원래 발 디디고 있는 곳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서울에 돌아가서 일상을 어떻게 더 잘 꾸려야 할지, 왜 도망 오고 싶었는지 등을 매트 위에서 차분하게 정리하게 돼요. 그러면 다시 돌아갈 용기도 나는 것 같고요. 

사진: 지난해 말 미얀마 여행에서 강가 요가 수련. 


코로나19 이후로는 요가가 삶에 주는 안정감이 더 커졌어요. 원래는 썬나에서 주말 수련만 하다가, 재택근무를 시작한 3월부터 평일에도 매일 수련하는 습관을 들이고 있어요.


마침 지난해에 독립을 하면서는 집 근처에서 수영을 하기가 어려워져서, 새벽에 운동을 하는 루틴이 조금 깨져 있던 차였어요. 수영장이 모두 문을 닫은 코로나 이후로는 더더욱 그랬고요.


유튜브에서 요가소년 님의 데일리 수련 챌린지를 발견하고 이거다 싶어서 바로 따라하기 시작했어요. 재택근무를 하다 보면 일과 생활이 분리가 되지 않아 힘들 때가 있는데, 책상 앞으로 출근하기 전에 짧게는 10분, 길게는 한시간 수련을 하는 게 마치 스위치를 껐다 켰다 하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그리고 퇴근시간이 되면 노트북을 덮고 집 근처 산이나 공원에 나가 매일 삼십분 정도씩 걷거나 달리며 또 스위치를 껐다 켰다 했어요. 덕분에 오랜 재택근무 생활을 더 건강하게 보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3월부터 6월까지, 네 달 동안 혼자서 매일 수련하고 나니 수영처럼 요가도 매일매일의 루틴으로 만들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붙었어요.


안 되던 동작들도 매일 수련을 하다보니 어느 순간 되는 게 너무 기쁘더라고요. 지난달부터는 집 근처 요가원에도 등록을 해서, 평일 저녁에도 일주일에 세 번씩 하타 수련을 하고 있어요.


사실 코로나 이전이라면 상상하기 어려운 단조로운 일상이지만 요가 덕분에 나름대로 적응하는 방법을 찾아 가는 중이에요. 원래는 일의 특성상 퇴근 시간이 늘 들쭉날쭉하고, 저녁에 술자리도 많거든요. 다시 원래의 생활로 돌아가더라도 요가가 만들어 준 루틴을 잃지 않으려면, 또 한번 큰 노력이 필요할 것 같아요. 

사진: 요가소년 님의 챌린지 덕분에 혼자 매일 수련하는 습관을 들였어요. 



Q. 달리기도 열심히 하시던 기억이 납니다. 요가와 달리기를 함께 하는 것은 어떤가요?

요가 수련을 시작한 뒤로 달리기나 등산 등 다른 운동을 할 때 부상이 크게 줄어들었어요. 스스로 몸의 가동 범위를 파악하게 된 덕분인지, 중간중간 몸을 다스려가며 운동할 줄 알게 된 것 같아요. 


썬나에서 하타 수련을 시작한지 두세달 정도 지났을 때 친구들과 1박2일로 지리산 등반을 간 적이 있어요. 몇 년 전에도 같은 코스로 등반을 했었는데, 무거운 가방을 메고 산행을 오래 하고 나서 요통이 심해 고생을 했었어요.


그런데 이번에는 산을 오르는 중간중간 배낭을 내려놓고 썬나에서 배운 간단한 요가 동작들로 몸을 풀어 줬더니, 허리 통증이 거의 느껴지지 않아 정말 놀랐어요. 몇 개월 수련한 것 만으로도 몸이 많이 달라질 수 있다는 걸 처음 느낀 때이기도 해요.


요즘도 달리기나 등산을 하고 나면 되도록 짧게라도 다리와 허리를 풀어 주는 요가 동작을 꼬박꼬박 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요가 덕분에 다른 운동들을 더 안전하게, 오래 즐길 수 있게 됐어요. 

사진: 눈 덮인 지리산, 요가 덕분에 안전하게 오를 수 있었어요. 



Q. 인선님에겐 건강한 삶이란, 무엇을 의미하나요?

제게 건강한 삶이란 내 몸과 마음을 잘 돌보는 것, 또 그러기 위해 일정한 루틴을 놓치지 않는 것이에요.


요가도, 달리기도 그걸 잘 하고 있는지 아닌지 살펴보는 지표 역할을 하는 것 같고요. 


사실 요가를 처음 배우기 시작한 2년 전 이맘때 가벼운 우울증이 시작되려는 징조가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어요. 대학생 때도 한 번 우울증을 앓은 적이 있는데, 그 때와 달리 이번에는 요가와 달리기 덕분에 병원에 가지 않고 우울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아, 그런데 필요하다면 병원에 가는 걸 모두가 주저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여성 작가가 조울증 경험담을 서술한 책 <삐삐언니는 조울의 사막을 건넜어> (한겨레출판, 이주현)을 추천합니다!


'방을 어지르고 치우지 않기'가 우울이 찾아오고 있다는 징후 중 하나였어요.


그런데 요가를 시작하고, 특히 혜진 선생님이 바카아사나나 시르사아사나같은 도전 자세를 계속 시도하게 해 준 덕에 셀프 수련 할 공간이 필요해졌어요.


그런데 결코 작지 않은 방에, 이리저리 널브러진 물건들 때문에 요가 매트 펼 공간조차 안 나온다는 게 스스로 부끄러웠어요.


그래서 주말마다 짬을 내서 헌 옷과 안 쓰는 물건을 모두 내다 버리고, 초등학교 때부터 쓰던 가구도 하나씩 새 가구로 교체했어요. 그러다 보니 나만의 시간과 공간을 갖고 싶다는 욕구도 더 커졌고, 독립도 결심하게 된 거였고요. 


간단하게라도 직접 요리를 해서 먹으려는 것도, 제때 신선한 식재료를 사서 상하기 전에 밥을 해서 먹는 게 스스로를 잘 돌보고 있는지 보여주는 지표처럼 느껴져서에요.



Q.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 마지막으로, 요가를 시작하려는 또는 이제 막 시작한 분들께 한 마디 부탁드려요!

요가소년 님의 수련 영상에 자주 나오는 말을 빌리고 싶어요. '누구나 각자의 수련이 있다!'


저처럼 뻣뻣한 사람도 요가를 오래, 즐겁게 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전하고 싶어요. 누구에게나 각자의 머무를 공간은 만들면 만들어지기 마련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