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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 매트 위의 시인 | 배혜진 선생님
2020. 10. 18 | 썸머
 

 

요가 매트 위의 시인 

썬데이나마스떼 배혜진 선생님 인터뷰

 

 

바쁜 도시에 사는 우리에게도🚊, 건강한 선택들이 쉽고 즐거워지길 바랍니다.

이 일을 가능하게 하는 썬나의 고맙고 멋진 선생님들을 소개합니다 😉.

아홉 번째로 모신 분은, 매트 위의 시인 배혜진님(@jinnyogini) 입니다.

 


 

Q. 혜진님 반갑습니다! 썬나와 함께 해오신 분들은 '요가 선생님'으로 잘 알고 있을텐데요, 스스로는 무엇을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시는지, 간단히 소개해주세요

 

 

안녕하세요. 배혜진입니다. 요가를 수련하고 가르치는 일을 하고 있구요. 누구나 쉽게 요가를 접하고 경험할 수 있도록 다양한 콘텐츠를 만들어 요가를 나누고 있습니다.

 

네이버 블로그 <요가하는 글다방>을 시작으로 2018년 12월에는 네이버 오디오클립에 <요가디오> 채널을 오픈했고, 2020년 10월부터는 뉴스레터 형식의 온라인 요가매거진 <요가레터>를 발행 중입니다.

 

또 문학, 여행, 아로마 오일, 차(茶), 음식 등 새로운 분야에 요가를 접목하는 콘텐츠를 제작하며 재밌고 건강한 라이프스타일을 꾸려가고 있습니다. 

 

 

 

 

Q. 기자를 준비하셨던 걸로 알고 있어요. 어떤 계기로 요가를 나누는 사람이 되었는지 궁금합니다

 

사실 기자가 되고 싶은 이유는 간단했어요. 호기심이 많고 사람 만나는 일도 좋고 글쓰기를 좋아한다, 는 게 이유였죠. 너무 순진했던 것 같지만, 단순하게 열망했던 만큼 정말 치열하게, 열심히 언론고시를 준비했어요.

 

그런데 어느 날 스스로 이런 의문이 들더라구요. ‘니가 진짜 하고 싶은 게 기자야?’ 갑자기 모든 전원이 꺼지는 것 같았어요. ‘그렇다’고 대답할 수가 없었거든요.

 

경쟁에 많이 지쳐있었어요. 대입을 목표로 달려온 게 엊그제 같은데 나는 또 취업을 목표로 달려가는, 배혜진이 아닌 아무개가 된 기분이 들었어요. 자꾸만 배혜진의 꿈이 아닌 아무개의 꿈을 꾸는 것 같은, 그런. 

 

이런 멘탈로는 뭘 해도 어차피 불합격이겠다, 싶었죠. 나부터 바로 세우자는 마음이 들었고 그 때 다 스톱하고 오직 수련에만 매진했어요.

 

요가는 스무 살부터 집 근처에서 조금씩 했었는데 저랑 잘 맞았거든요. 김경석 선생님의 지도 아래 아쉬탕가 마이솔을 수련했고, 두어 달 간 제주에 내려가 한주훈 선생님께 하타 요가를 배웠습니다.

 

매트 위에선 아무개가 아닌 배혜진이 될 수 있었습니다. 그게 좋았어요. 그리고 다른 사람들도 모두가 자기 자신에 가까워지면 좋겠다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정말 자연스럽게 흘러 흘러 지금의 저까지 왔네요. 헤헤. 

 

 

 

 

Q. 진행하시는 네이버 오디오 클립 '요가디오'를 들을 때마다 멋진 목소리에 빠져들고는 하는데요, 채널에 대해 조금 소개해 주세요! 

 

일단 제 목소리가 좋다고 생각해본 적은 한 번도 없었는데 좋아해주셔서 너무 의외였고 감사했어요. 종종 기자 준비해서 그렇냐 물어보시기도 했는데, 전 방송기자가 아닌 신문기자를 준비했었거든요.

 

<요가디오>는 ‘요가강사와 요알못이 함께 하는 듣는 요가’에요. 요가를 듣는다는 게 생소하게 느껴질 수 있는데요. 요가 ASMR 정도로 생각해도 좋을 것 같아요. 요가디오는 요가를 모르는 분들이 많이 들어주셨으면 좋겠다는 마음에서 시작했어요.

 

당장 한국에서 요가, 하면 ‘유연한, 정적인, 몸매 좋은, 여자들의’ 과 같은 수식어가 먼저 떠오르잖아요. 꼭 그렇지 않은데도 말이예요. 이런 편견 때문에 요가를 해보고 싶어도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분들이 많은 것 같았어요.

 

주변친구들에게 물어보니 당장 요가 동작을 하기엔 어색하고 부담스럽다는 이야기도 있었구요. 그래서 생각한 게 그럼 따라하지 말고 듣기만이라도 해보자, 였죠. 동네마다 요가 센터도 많고 요가 영상도 많은데, 요가 오디오는 거의 없으니까요.

 

귀로 들으면서 요가 동작을 해볼 수도 있고, 듣고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심신이 편안해지는 효과가 있어요. 그것 때문에 요가디오를 자기 전에 틀어놓는다고 많이들 말씀해주시더라구요.

 

또 요알못부터 요가강사까지 다양한 사람과 편견을 녹이는 ‘요가톡’ 코너를 꾸렸어요. 요가나 명상이 너무 진지하고 특별한 영역으로 여겨지는 게 싫었어요. 일상의 요가를 유쾌하고 다정하게 나누고 싶었거든요. 

 

 

Q. 목소리 만큼이나 혜진님의 '' 또한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는것 같아요. 저도 인스타 그램에서 혜진님의 글을 보고 위로를 받을 때가 참 많은데요, ''에 대한 혜진님의 이야기를 좀 들어볼 수 있을까요

 

고맙습니다. 글은 쓰는 것 그 자체로 의의가 있지만, 쓴 글이 널리 읽히고 위로를 전할 때에야 비로소 힘을 갖게 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제가 쓴 글이 위로가 됐다는 말을 들으면 ‘아, 내가 쓴 글이 제 역할을 다하고 있구나’ 싶어요. 자식 새끼 험한 세상에 내놓았지만 그래도 제 구실 하면서 잘 살고 있구나, 잘했다 뭐 이런 느낌. 

 

글쓰기는 요가를 하기 전에, 제 삶의 유일한 출구였어요. 

 

책도 많이 읽고 수시로 글을 썼어요. 어릴 땐 지금보다 훨씬 더 소심했던 데다 감정 기복도 심했고 속에선 욕심도 욕망도 엄청 많은데 막상 뭐 하고 싶냐 물어보면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오르는, 그런 아이였어요.

 

그래서 글을 썼죠. 무섭고 겁이 나 세상에는 말을 못 하겠으니까 여기에라도 막 하는 거예요. 글쓰기는 요가의 훨씬 훨씬 선배 격이죠. 요가를 만나기 전에는 글쓰기가 저를 살게 했으니까요. 

 

숨고 싶거나 벗고 싶을 때, 죽고 싶거나 죽이고 싶을 때, 완벽히 혼자이고 싶거나 영원히 함께이고 싶을 때마다 썼어요. 그렇게 노트북을 열고 토로하듯 쏟아적고 나면 기분이 좀 나아지더라구요. 쓰는 행위 자체가 위로가 됐어요.

 

어쩌면 그건 요가 수련과도 몹시 닮아있어요. 글쓰기도 요가도 온몸과 온맘으로 나를 보지 않으면 안 되는 일이거든요. 그 둘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아간다’는 데 공통점이 있어요. 언제나 제 마음은 그것으로 버텨졌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아가는’ 게 사는 모습과 닮았어요. 

 

글쓰기는 그냥 숙명 같아요. 

 

고등학교는 이과생이었는데 대학은 문예창작학과를 갔으니까요. 많이 읽고 많이 쓰고, 또 대학 4년 내내 합평을 하다 보니 ‘좋은 글쓰기’에 단호하고 예민해요.

 

그냥 인스타에 쓰는 글도 마음에 드는 유일어로 쓰일 때까지 고치고 또 고쳐요. 제가 쓴 모든 글이 정확한 단어, 쉬운 문장, 견고한 구조로 쓰이게끔 노력해요. 완벽주의에 집착해요. 물론 완벽히 마음에 드는 순간은 거의 없지만요. 글쓰기 연습 어떻게 하냐는 질문도 종종 받는데요, 계속 ‘좋은 글’에 가까워지려고 고민하는 과정 그 자체가 훈련인 것 같아요.

 

 

Q. 그렇다면 선생님이 진행하시는 '요가레터'는 어떤 서비스인가요? 인스타에서 보지 못하던 글들을 받아볼 수 있는걸까요? (어디서 구독할 수 있나요!) 

 

<당신의 요가매거진, 요가레터>는 뉴스레터 형식의 온라인 요가매거진이에요. 콜드플레이의 ‘everyday life’에 나오는 가사 ‘Hold tight for everyday life’를 모토로 해요.

 

사실 이건, 제가 글쓰기가 너무 좋으니까, 이 좋음을 못 견디고 만든 건데요. 혼자 글 쓰려니까 심심한 거에요. 읽어줄 사람이 많아지면 더 재밌을 것 같아서 시작했어요. 원래 2019년 3월에 야심차게 기획했는데 욕심이 너무 앞서는 바람에 파스슥 주저앉고 만 서비스에요. 헤헤. 

 

현재 <요가레터> 10월호에 연재 중인 글 장르는 ‘수련일지’인데요. 매주 수요일, 목요일에 그 날 쓴 피, 땀, 눈물의 싱싱한 수련일지를 이메일로 보내드리고 있어요.

 

요가는 이상하게 다른 운동과 달리 기록하게 되는 특징이 있어요. 아마도 몸과 마음을 함께 쓰기 때문일 거예요. 원래 요가를 시작할 때부터 짧게든 길게든 수련일지를 써왔는데요. 제가 수련하며 느낀 걸 글로 잘, 진짜 잘 풀어서 전달할 수 있다면 아직 요가를 모르는 분들 또는 요가와 권태기를 겪고 계신 분들이 매트 위로 올라오게 되지 않을까 싶었어요. 그래서 ‘일기’지만 소설처럼 재밌게 읽힐 수 있도록 쓰려고 노력 중이에요. 

 

<요가레터> 당월호 구독은 신청 기간 내에 신청하시면 무료입니다. 신청서는 매달 마지막 주에 열려요. 인스타그램(@hyec.letter)에 공지하고 있습니다. 과월호에 대해선 유료구요. 앞으로 <요가레터>는 천천히, 콘텐츠의 장르를 넓혀갈 계획이에요. 진짜 읽고 싶은 글과 알고 싶은 정보를 담아서요.

 

글은, 그 날의 피.땀.눈물을 다 갈아 넣어 만든 거니까 당일로 치면 최상의 품질을 받아보실 수 있을 거예요. 아무튼 무리하다 또 파스슥 무너지지 않도록, 느리더라도 꾸준히 제 속도대로 걸어보려고 합니다. 

 

 

Q. 이 글을 보고 계신 분들 중, 요가를 시작하기 망설이고 있거나 꾸준히 하고 싶은데 딱히 동기가 없는 분들도 계실것 같아요. 선생님이 요가를 계속하게 되는 마음은 어디서 오나요? 그리고 이런 분들에게 한마디 해주신다면요! 

 

솔직하게 말하면 꼭 요가 안 하셔도 된다고 말하고 싶어요. 

 

당신의 삶에 나의 ‘요가’ 같은 것이 이미 있다면, 그게 바로 요가라고 생각해요.

당신을 아무개가 아닌 자기 자신으로 살게 해주는 게 있다면, 그것을 계속 하셨으면 좋겠어요. 

 

그런데 없다면, 그런 걸 아직 못 찾았다면 매트 위로 한번 올라와보셔도 괜찮을 거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매트는 딱 나 하나 들어갈 만큼의 크기인데요. 누구의 도움도 방해도 없이 스스로의 힘으로 ‘나’를 경험해보셨으면 좋겠어요.

 

그런 공간 많이 없잖아요. 그럼 뭐라도 변할 거예요. 매트 위에서의 변화가 내 삶의 변화로 이어질 거거든요. 그게 참 재미있어요. 그리고 누구라도 그 변화를, 기어이 사랑할 수밖에 없을 거예요. 

 



썬데이나마스떼X배혜진의 요가 수업👇

초급(쉽게 배우는 요가 첫걸음)
중급(중급자 하타요가 가이드)

 

Q. 마지막으로, 저희의 단골 질문! 혜진님에게 '건강한 삶'이란 무엇을 의미하나요?

 

"내가 나를 인정해주는 모든 순간을 건강한 삶이라 일컫고 싶어요."

 

엄격한 기준을 세우고 거기 합격해야만 스스로를 인정하던 때가 있었어요. 지금도 아니라고는 못 하겠어요. 저는 세상에서 사랑받고 싶은 마음도 큰 만큼 부끄러움도 수치심도 큰 사람이라, 작은 실수에도 자주 죄책감에 시달리게 되거든요.

 

자기 비난은 또 얼마나 능한데요. 기준 미달만 촤르륵 나열해놓고 나를 평가하고 검열하는 작업을 정말 잘해요. 그리고 다시 막 잘하고 싶어서 누구보다 열심히 하는 거. 그런 거. 

 

그런데 요가를 하다 어느 날,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난 누구의 사랑을 이렇게 갈구하고 있나. 그냥 내가, 내가 충분히 사랑해주면 안 될까.’ 그리고 정말 왈칵 눈물이 터졌던 기억이 나요. (얼마 안 됐어요. 사실 몇 년 전에도 그렇고 요즘도 그렇고 자주 그래요.) 기준 미달인 나를 자꾸 안쓰럽게 봐주려고 해요. 잘하고 싶어하는 나는 보듬어주고, 욕심 부리다 넘어지면 좀 귀엽게 봐주고. 그러고 있어요. 

 

완벽한 평화와 평안은 없어요. 매일 근심, 걱정이 가득하죠. 나는 매일 모자라고요. 어느 하루도 수련이 쉬운 날이 없었으니까요. 그럼 어떻게 흘러갈 것인가, 지금처럼 계속 인상 빡 쓰고 힘 빡 주고 혹독하게 매일 가짜사나이로 갈 건가. 아닌 것 같아요. 

 

그냥 내가 나에게만이라도 친절하게, 다정하게, 울면 우는 구나, 아프면 아프구나, 애쓴다, 이렇게. 모든 순간의 나를 인정하면서 흘러가고 싶어요. 그게 건강한 삶이라고, 2020년의 저는 말하고 싶네요.

 

 

 

P.S. 

마지막으로, 제가 지금의 꿈을 꿀 수 있었던 건 같은 꿈을 꾸는 사람을 만난 덕분이었어요.

 

2018년 가을, 이태원로 54길 3층 베란다에 앉아 도란도란 꿈을 이야기한 일이 아니었다면 저는 어쩌면, 이걸 이만큼 하는 데 훨씬 더 오랜 시간이 걸렸을 지도 몰라요. 정말로요. 저와 같은 곳을 바라보고, 제 이야기를 듣고 지지해준 보연 선생님과 썬데이나마스떼에게 늘 고마운 마음이에요.

 

마냥 순수하고 천진하게 꿈을 나누던 우리 가을밤이, 한 발짝씩 오늘에 가까워지는 것 같아서, 용기를 얻고, 또 다음을 꿈꿔요. 저는 그런 면에서 행운아였다고 말하고 싶어요. 흔들리는 나의 사계절을 믿고, 기다려주고, 같이 가자고 자꾸 손 잡아주어서 고맙습니다. 

 

앞으로 더 힘을 내서 제가 할 수 있는 이야기를, 여기 썬데이나마스떼에서 더 많이 풀어내고 싶어요. 그것이 함께 걷는 마음에 대한 가장 솔직한 약속이 될 것 같아요. 자꾸 더 큰 꿈을 상상해줘서, 고맙고 사랑해요. 썬데이나마스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