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배혜진입니다.
온라인 플랫폼을 활용한 '요가와 글쓰기' 수업 첫 시즌이 끝나갑니다. 2020년 11월 22일, 1주차에는 '다라나(Dharana)'를 주제로 수련 후 매트 위에서 느낀 점을 자유롭게 쓰면서 요가와 글쓰기의 공통 분모를 마련했습니다. 2주차에는 이태준 선생님의 <문장 강화>에 등장한 '유일어'의 개념을 활용해 생생하게 살아있는 나만의 감상과 표현에 대해 이야기했죠. 2021년 1월 10일, 3주차에는 '신장과 방광' 메르디앙을 중심으로 수련했는데요. 신장과 방광은 우리 몸에서 에너지의 본질이 되는 기관으로 이곳이 허할 경우 감정적으로는 두려움이 강조되기도 합니다. 가령 '오금이 저리다', '등골이 스산하다' 같은 표현은 신장-방광 메르디앙과 연관됐다고 소개했지요. 이어서 글쓰기 파트에서는 신형철 선생님의 <슬픔을 공부하는 슬픔> 프롤로그 부분을 발췌해 좋은 문장을 구성하는 법을 고민했습니다. 아래 2~4주차 수업 글쓰기 파트에 활용된 부분을 정리해 첨부합니다.
# 유일어
- 나의 글쓰기 성향은 다작을 일삼았던 발자크 유형인지 / 살면서 오직 7편의 작품만 쓴 플로베르 유형인지?
- 유일어를 찾을 것 : "한 가지 생각을 표현하는 데는 오직 한 가지 말 밖에는 없다" 한 플로베르의 말은 너무나 유명하거니와 그에게서 배운 모빠상도 "우리가 말하려는 것이 무엇이든 그것을 표현하는 데는 한 말밖에는 없다. 그것을 살리기 위해선 한 동사밖에 없고 그것을 드러내기 위해선 한 형용사밖에 없다. 그러니가 그 한 말, 그 한 동사, 그 한 형용사를 찾아내야 한다. 그 찾는 곤란을 피하고 아무런 말이나 갖다 대용함으로 만족하거나 비슷한 말로 맞추어버린다든지, 그런 말의 요술을 부려서는 안 된다." 하였다. 명사든 동사든 형용사든, 오직 한 가지 말, 유일한 말, 다시 없는 말, 그 말은 그 뜻에 가장 적합한 말을 가리킴이다.
- 말을 많이 알아야 할 것 (사전 활용) : 유일어란 그 중 골라진 말, 최후로 선택된 말임에 틀림없다. 자기가 아는 범위 내에서 하나를 택하기만 했다고 유일어의 가치가 발휘되는 것은 아니다. 비슷한 말을 있는 대로 전부 모아놓고 그중에서 하나를 택하는 데만 유일어의 의의가 있는 것이다.
- 스스로 발견해 만들어 쓸 것 (시적 허용)
- 다른 유의어로 대체했을 때 큰 의미 변화가 생기지 않는다면 유일어라고 볼 수 없다.
# 문장 쓰기 : 신형철, <슬픔을 공부하는 슬픔> pp.5 - 6
- "건축학을 잘 모르면서도 글 짓기는 집 짓기와 유사한 것이라 믿고 있다. 지면(紙面)이 곧 지면(地面)이어서, 나는 거기에 글을 짓는다. 건축을 위한 공정 혹은 준칙은 다음과 같다. 첫째, 인식을 생산해낼 것. 있을 만하고 또 있어야만 하는 건물이 지어져야 한다. 한 편의 글에 그런 자격을 부여해주는 것은 (취향이나 입장이 아니라) 인식이다. 둘째, 정확한 문장을 찾을 것. 건축에 적합한 자재를 찾듯이, 문장은 쓰는 것이 아니라 찾는 것이다. 특정한 인식을 가감 없이 실어 나르는 단 하나의 문장이 있다는 플로베르적인 가정을 나는 믿는다. 그런 문장은 한번 쓰이면 다른 문장으로 대체될 수 없다. 셋째, 공학적으로 배치할 것. 필요한 단락의 개수를 계산하고 각 단락에 들어가야 할 내용을 배분한다. 가급적 각 단락의 길이를 똑같이 맞추고 이를 쌓아 올린다. 이 시각적 균형은 사유의 구조적 균형을 반영한다(반영해야 한다). 이제 넘치는 것도 부족한 것도 없다. 한 단락도 더하거나 빼면 이 건축물은 무너진다(무너져야 한다)."
# 퇴고
- 러시아의 대문호 도스또옙스키와 톨스토이의 삶은 크게 달랐는데, 도스또옙스키는 톨스토이의 단 한 가지가 부럽다고 이야기했단다. 그것은 퇴고할 시간적 여유가 많다는 것이었다.
- '글쓰기'에 관한 책을 찾아보면 퇴고의 중요성은 언제나 등장하기 마련인데, 이에 관해선 이태준 선생의 <문장 강화>에 정리된 '퇴고의 기준' 부분을 요약해 공유한다.
- 어떻게 고칠 것인가?
1) 먼저 든든히 지키고 갈 것은 마음이다. 표현하려는 마음이다. 인물이든, 사건이든 정경이든, 무슨 생각이든, 먼저 내 마음속에 들어왔으니까 나타내고 싶은 것이다. 문장을 위한 문장은 피 없는 문장이다. 결코 문장 혼자만 아름다울 수 없는 것이다. 마음이 먼저 아름답게 느낀 것이라면, 그 마음만 나타내보아라. 글을 고친다고 해서 으레 화려하게, 유창하게, 자꾸만 다듬는 것으로 아는 것은 잘못된 인식이다.
2) 용어 쓰임이 올바른지 확인할 것.
3) 모순인 곳과 오해될 데가 없는지 보자.
3) 인상이 선명한지, 어지럽게 하는 데가 없는지 보자.
4) 될 수 있는 대로 줄이자 : "있어도 괜찮을 말을 두는 너그러움보다, 없어도 좋을 말을 기어이 찾아내어 없애는 신경질이 글쓰기에선 미덕이 된다."
5) 처음의 것이 있나? : 퇴고는 결국 '처음의 글'을 더 잘 표현하기 위함이다. 퇴고를 한 후 '처음의 생각'과 '처음의 신선함'이 유지돼야 한다.
6) 이 표현에 만족할 수 있나? 없나? : "나중에는 문장이 문제가 아니다. 문장에선 앞의 다섯 가지 조건을 다 만족했더라도 '내가 표현하려는 것이 이것인가?', '이것으로 내 자신이 만족한가? 한번 따지고 내놓는 것이라야 한 줄의 글이라도 비로소 '자기의 표현'이라 내세울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