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et Our Friends
Meet Our Friends | 프라나차이 황지희 대표 1부
2021. 1. 31 | mango
 


잠깐의 멈춤, 일상의 여행

감각을 깨우는 프라나차이

프라나코퍼레이션 황지희 대표 인터뷰 [1부]

맨발로 카페에 들어가 커피를 마시고, 가방엔 코코넛오일과 비치타월을 들고 다닌다. 바닷가 근처에 살며 파도와 자연에 몸을 맡긴다. 도심 속 히피 같은 모습으로 거리를 활보한다. 호기심이 많은 건 여느 때와 다름없다.

불과 3년 전까지 호주 멜버른에 살던 제이드(Jayde)의 모습이다. 한국에서 지내던 20대 초반, 어린 마음에 더 큰 세상으로 나가고 싶었던 그는 무작정 호주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낯선 그곳에 녹아들며 수많은 주근깨를 얻었고, 무엇보다 사람을 좋아하게 됐다. 한국에서 태어나 한국에서 자랐지만, 10년 간의 호주 생활은 그의 삶에 전환점이 되었다.

호주 제2의 도시 멜버른에서 제이드는 우연히 만난 차이의 매력에 푹 빠져 삶의 일부로 받아들였다. 긴 해외 생활을 뒤로하고 한국의 ‘황지희'로 돌아온 계기이기도 하다.

요즘 그의 주된 관심사는 마음을 주제로 사람들과 연결되는 것이다. 천연 스파이스와 벌꿀의 풍미가 가득한 ‘프라나차이(Prana Chai)’를 통해 그 일을 실현하는 황지희 대표와 이야기를 나눴다.


Q. 10년 동안 호주에서 지내며 어떤 변화가 있었나요?

한국에서와는 다른, 제이드(Jayde)의 삶이었죠. 이전엔 화려한 도시 생활을 즐겼다면, 호주에서는 자연인으로 돌아가 화장도 안 하고 꾸밈없는 '나' 자체로 지냈어요. 운 좋게도 다양한 경험을 했는데요. 룰루레몬에서 일하기도 했고, 웰니스 카페에서 기획과 마케팅 일도 했어요. 외국인 신분으로 호주인들과 똑같은 기회를 얻고 일했다는 건 행운이에요. 뭐든 부딪혀보려 하는 저의 무모함이 그런 기회들을 만들어준 것 같아요.

또, 예전에는 사람이 제일 어렵고 무서웠는데요. ‘저 사람이 나를 싫어하면 어쩌지?’라는 트라우마 같은 게 있었거든요. 지금은 사람이 정말 좋고, 사람을 대하는 게 편안해졌어요. 거기서 보낸 시간이 정말 감사해요. 운동하면 근육이 생기잖아요. 인간관계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Q. 그곳에서 '프라나차이'를 처음 만나셨죠. 어떻게 그 매력에 빠져들었나요?

멜버른은 온갖 문화권의 다양한 식자재가 풍부한 곳이에요. 한국에 역사가 오래된 고유의 식문화가 있다면, 그곳은 이탈리아, 그리스, 베트남 등지에서 온 이민자들이 모여 자리 잡았기 때문에 다채롭게 뒤섞인 식문화가 특징이에요. 음식, 패션, 문화, 스포츠의 중심지로서 브런치와 카페 문화도 발달해 있죠.

한 번은 브런치를 먹으러 갔는데, 친구가 특이한 주전자에 담긴 음료를 마시는 거예요. 그게 뭐냐고 물으니 ‘차이’라고 하더군요. 흔히 가루를 타서 마시는 ‘차이라떼’가 아니었죠. 직접 손으로 우려 마시는 차이를 그때 처음 본 거예요.

맛을 봤는데, 정말 충격적이었어요. 그 브랜드가 프라나차이라는 걸 알게 됐어요. 당시엔 비즈니스를 할 거란 생각은 전혀 못 했고, 그저 팬으로서 즐기는 음료가 되었죠. 카페에 갔을 때 프라나차이를 쓰느냐, 파우더를 쓰느냐에 따라서 그곳이 음식을 얼마나 진정으로 대하는지 판가름할 정도로요. 차이를 아주 좋아하던 그 친구도 카페에 갈 때면 ‘프라나차이 쓰세요?“라고 물어보곤 했답니다.

여기서 잠깐! 

차이(Chai)란?

차이 또는 짜이는 인도를 비롯한 남아시아 지역에서 모든 종류의 차(tea)를 일컫는 말입니다.

그중에서도 마살라 차이(Masala Chai)는 계피, 생강, 팔각, 후추, 정향, 카다멈 등 다채로운 향신료와 함께 우려 마시는 차입니다.

프라나차이(Prana Chai)의 제품 역시 여기 해당하지요. 프라나(Prana)는 산스크리트어로 '생명력', '삶의 원동력'을 의미합니다.

Q. 2018년 처음 프라나차이를 국내에 선보이셨는데, 계기가 무엇인가요?

당시 호주에서 웰니스 업계에 몸담고 있었기에, 주변에 관련 비즈니스를 하는 친구들이 많았어요. 비건 초콜릿 사업을 하는 친구, 어린이 스포츠 사업을 하는 친구 등 다양했는데요. 한 친구가 어느 날 말하는 거예요. 탁구 모임에서 만난 프라나차이 창업자들이 한국 지사를 오픈할 한국인을 찾고 있다고요. 그걸 계기로 창립자 중 한 명인 ‘마리오’를 코리안 바비큐집에서 만나게 됐어요.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인간미가 있더라고요. 그땐 한국에 올 생각이 없었기에 그저 할 수 있는 걸 돕겠다고 했죠.

제가 또 제안을 잘해요. 당시 룰루레몬에서 멜버른 지역의 페이스북 커뮤니티를 운영하고 있었는데, 프라나차이의 소셜미디어 채널에서 제가 할 수 있는 게 보였어요. 그래서 소셜미디어 운영을 돕겠다고 제안했고, 프리랜서로 1년 정도 일하게 됐죠. 처음엔 단지 제품의 맛이 좋아서 빠져들었다면, 그들의 이야기를 깊이 알게 되면서 점점 더 브랜드에 애정이 생겼어요. 그러다가 다시 한번 한국 지사를 여는 일을 제안받은 거예요.

프라나차이를 처음 만나고 1~2년 안에 벌어진 일이에요. 정신 차려보니 한국에 있더라고요.

Q. 긴 호주 생활을 뒤로 하고 한국에 돌아올 때의 심경은 어땠어요?

결정을 내리는 데 어려운 부분은 따로 있었어요. 호주에서 형성해놓은 제이드(Jayde)가 예전의 지희를 재회하러 가는 게 두려웠던 거예요. 지금까지 제이드(Jayde)로 잘살고 있었고 친한 친구들도 여기 많은데, 그걸 다 버리고 어떻게 다시 돌아갈지 엄두가 나지 않았어요. 한편으론 '내가 한국에서 도망치고 있는 건가?'라는 생각도 들었고요.

한 번은 명상 수업의 멘토에게 털어놓았어요. 한국에 돌아가는 게 무섭다고요. 그랬더니 그분이 “제이드는 제이드가 좋아?”라고 물어보셨어요. 그 말을 듣고 엉엉 울었어요. 한 마디에 큰 울림이 있었어요. 나 자신에게 물어보지도 않고, 외부의 것만 신경 썼다는 걸 알게 됐으니까요. 그때부터 다짐했죠. 힘든 결정을 내릴 때, 앞으로는 나한테 먼저 물어봐야겠다. 나는 지금의 내가 좋으니까.

결국 다시 여행을 떠난다 생각하고 서울에 오게 되었죠.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운명적이었던 것 같아요. 한국에 돌아오게 될 운명.

Q. 프라나차이가 한국인에게 그리 익숙하거나 대중적인 맛은 아니었을 텐데요.

영어 표현에 “Don’t be Vanilla”라는 말이 있어요. 바닐라는 누구나 다 좋아하지만, 특색이 없잖아요. 저는 바닐라가 되고 싶진 않았어요. 프라나차이는 절대 바닐라가 아니거든요. 예전에는 모든 사람에게 사랑받고 싶다는 생각 때문에 힘들었지만, 지금은 그걸 극복했으니까요. 나와 결이 맞는 사람들이 있다는 걸 믿어요. 프라나차이도 그런 면에서 저와 닮지 않았나 생각해요.

어쩌면 저의 청개구리 같은 성격 때문일지도 모르겠어요. 모든 사람이 좋아할 만한, 너무 쉬운 것을 하고 싶진 않았거든요. 오히려 어려워서 내가 좌우할 것이 많잖아요. 생소한 제품이기에 시장을 개척하고 리드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사실 한국 시장을 잘 몰랐던 게 저의 무기였던 것도 같아요. 한국에 와서 보니 생각하던 것과 너무 달랐어요. 차이의 인지도와 대중성이 그토록 낮을 줄 몰랐어요. 왜냐면 호주에서 카페에 가면 ‘커피, 차이, 핫초코’ 세 가지 메뉴는 기본으로 있었거든요. 하지만 사업 계획을 세우고 시장 조사를 하면서 알게 되었죠. 내가 알던 차이와 한국에서의 차이는 다르구나.

오히려 그래서 더 창의적으로 접근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만약 한국에서 차이가 어색하지 않은 시나리오였다면 방법이 달라졌을 것 같기도 해요. 또한 프라나차이는 제품이 한 가지라서 더 깊이 있게 접근할 수 있었어요.

Q. 그 어려움을 어떻게 극복하고자 하셨나요?

초등학생도 알아들을 수 있도록 하는 게 좋은 비즈니스라고 생각해요. 그러려면 사람들에게 내가 아는 걸 알려야 했죠.

프라나차이에는 한국에서 잘 쓰이지 않는, 생소한 향신료가 많이 들어있어요. 저는 맛과 향을 직접 경험해보지 않고는 한계가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진행한 것이 향신료 세미나예요. 커피 하시는 분들을 모아놓고, 프라나차이의 구성 재료를 하나하나 경험하도록 했어요. 프라나차이를 좋아하는 카페 운영자들은 대부분 원두에 진지한 관심이 있고, 품질 좋은 스페셜티 원두를 사용하거든요. 향과 맛을 감각하는 것에도 관심이 많으세요. 그래서인지 반응이 정말 좋았어요. 커핑 노트나 와인 테이스팅 노트에서 느꼈던 향신료를 직접 만져보고 맡아보는 건 처음이라고도 하셨죠. 저도 덩달아 스파이스와 찻잎에 대해 많이 공부하고 배웠어요.


프라나코퍼레이션 황지희 대표 인터뷰 [2부]에서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