썬나도민 인터뷰
소노 시온처럼 자유롭고 히로카즈처럼 담담하게 | 김현도 님 인터뷰
2021. 2. 13 | mango
 

 

 소노 시온처럼 자유롭고
히로카즈처럼 담담하게

썬나도민 김현도 인터뷰

 

어차피 삶은 평생 갈피를 찾아 헤매는 여정일지 모른다. 그러다 물꼬를 터주는 사람이든 기회를 만나면 반짝 빛이 난다. 새로운 맞닥뜨림은 그래서 때로 운명적이다.

누군가에겐 요가가 그 역할을 한다. 썬데이나마스떼에서 일요일마다 온라인 라이브 수업을 듣고 있는 김현도 님에게도 그랬다. 작년에 한창 심했던 거리두기 속에서 우연히 요가를 만난 뒤 그는 새로운 추동력을 얻었다. 영화학도에서 영상 콘텐츠를 만드는 PD를 거친 뒤, 지금은 요가 지도자를 준비하며 자유로운 삶을 꿈꾸는 현도 님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Q. 현도님, 반갑습니다. 간단히 자기소개 해주세요.

김현도라고 합니다. 요가 지도 강사를 하고 싶어서 시간 나는 김에 열심히 해보고 있어요. 주말과 평일 모두 요가를 해요. 목표는 매일 하는 건데, 보통  일주일에 5~6일 하는 것 같습니다.

썬데이나마스떼는 거리두기 강화되었을 때 온라인 수업으로 처음 알게 됐어요. 가끔 유튜브로 요가를 할 때면, 영상을 고르는 시간이 너무 길어져요. 영상을 찾아보는 것 자체가 피곤하더라고요. 평소 궁금해했던 썬나에서 마침 라이브 수업을 열었길래 신청했죠.

 

Q. 요가를 본격적으로 하기 전 퇴사를 하셨다고요.

작년 10월에 퇴사했어요. 스타트업이었는데요. 외국인 대상으로 한국어를 가르쳐주는 어플리케이션을 제작하는 회사였어요. 저는 영상 콘텐츠를 제작하는 피디로 일했고요. “요가 지도자가 돼야겠어!”라는 결심으로 그만둔 건 아니에요. 회사가 사실상 망했거든요.

마침 회사 생활이 나와 맞지 않는다고 생각하던 시기였고, 평생 회사원으로 살 순 없겠다고 생각했어요. 우연히 시기가 겹치면서 요가를 본격적으로 해보고 싶어졌어요.

 

Q. 지금은 요가 지도자를 목표하고 계신데, 계기가 있나요?

제게 요가는 되게 개인적인 경험이에요. 요가를 해야겠다고 마음먹었을 때, 우습게도 운명적이라고 느꼈거든요.

얼마 안 되는 기간 회사에 다니면서, 임금 노동으로는 어쩌면 평생 행복할 수 없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어요. 원래 성격이 종속되는 걸 싫어하고, 혼자 있더라도 자유롭게 잘 살고 싶어 하거든요.

그때 요가라는 걸 알게 됐어요. 사실 전부터 촬영팀이나 조명팀에서 일할 때마다, 머리 쓰는 것보다 몸을 움직이는 게 더 잘 맞는다는 생각을 해왔거든요. 좀처럼 결심할 기회가 없었는데, 요가를 만나고는 몸을 사용하는 비임금 노동자로 살아볼 기회를 잡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하필이면 요가를 만난 시기와 회사를 그만둔 시기가 맞아떨어진 거예요. 비웃음 살까 봐 남들한텐 말하지 않는데, 정말 운명적이라고 생각했어요.

 

Q. 원래는 영화 연출을 전공하셨다고요. 

원래는 감독을 하고 싶었죠.

3수 끝에 학교를 들어간 뒤 거의 10년 다녔어요. 학교 오래 다니면서 잘 놀며 뭔가 해보려 했는데, 지지부진해서 취업을 한 거죠.

취업 해야겠다고 마음 먹고 스트레스가 심했어요. 지금 돌이켜보면 바보 같을 정도로 자존감이 낮았어요. 20대 후반 정도 됐겠죠? 30대로 향하는 길목이었던 것 같아요. 중고등학교 때 친구들은 이미 회사 들어가서 자기 일 잘 하고 있는데, 저는 너무 불안한 거예요. 나의 쓸모가 하나도 없는 것 같고, 가지고 있는 것도 할 줄 아는 것도 없는 것 같았어요.

‘도대체 20대를 뭐하면서 보낸 거지?’라는 회의감도 들었고요. 예전에 써놓은 이력서를 보면 ‘능력이 없는데 지원해서 죄송하다’는 둥 무슨 죄인처럼 써놨더라고요. 마음이 정말 피폐했어요. 남들 다 하는 고민은 안 하고 싶었는데, 막상 제가 그 처지에 놓이니 알게 됐어요.

나는 대쪽같이 살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아니더라고요.

 

Q. 어떤 영화를 좋아하시나요?

영화 보는 것 말고는 취미가 별로 없어요. 일본 영화를 되게 좋아하는데요. 그중에서도 이와이 순지, 소노 시온,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를 좋아해요.

소노 시온은 제일 처음 좋아한 감독이에요. <러브 익스포져(Love Exposure)>라는 영화가 있거든요. 우연히 그 영화를 휴대폰으로 답답하게 보게 됐는데, 4시간짜리였어요. 작은 화면으로 그렇게 오래 봤는데도 안 끝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재밌게 봤어요. ‘영화란 진짜 재밌는 거구나.’라는 걸 처음 느끼게 해준 영화였어요. 영화 보면 아시겠지만, 감독이 진짜 자유롭다는 게 느껴져요. ‘망설임 없이 하고 싶은 걸 하고 있구나. 또라이구나.’라는 생각도 들고요. 이와이 슌지 영화도 보면 정말 자유로워요.

히로카즈 영화는 원래 아예 안 봤어요. 비교적 최근에 좋아하게 된 거죠. 영화과 입학하고 얼마 안 됐을 때 <걸어도 걸어도>라는 영화를 봤거든요. ‘와, 진짜 재미없다.’라는 생각을 했어요. 그러다 나이를 좀 먹고 20대 후반에 이 영화를 다시 볼 일이 있었는데, 너무 좋은 거예요. 그때 히로카즈 영화를 몰아서 다 보게 됐죠. 안 그러고 싶었는데, 그냥 좋더라고요.

옛날에는 자극적인 것에 미쳐있었어요. 예전에 쓴 시나리오도 보면 그래요. 남들은 안 하는 새로운 걸 해야 한다는 생각에 꽂혀서 특이하고 이상한 소재를 원했더랬어요. 그래서 아마 어렸을 때 히로카즈 영화를 보고 재미없다고 생각했나 봐요.

 

Q. 어떤 영화를 찍었나요?

제 영화를 자주 강릉에서 찍었어요. 그냥 강릉에서 찍고 싶어서 찍었어요. 시나리오 쓰면서 상상했던 공간이 주로 그곳이더라고요. 오래 봐온 동네고, 제가 마음 편히 있을 수 있는 곳이니까.

졸업작품은 힙합을 소재로 한 단편영화인데요. 마지막으로 찍는다는 생각으로 제 취향을 듬뿍 담아서 찍었거든요. 버벌진트라는 래퍼를 되게 좋아해요. 산이라는 래퍼도 옛날에 좋아했었고요. 그들이 하는 ‘오버클래스’라는 크루를 모티브로 이야기를 만들어서 찍은 영화에요.

영화 <무명> 보러 가기

 

Q. 고향 강릉은 어떤 곳인가요?

고향을 자주 찾아뵙는 편이에요. 제가 초당 순두부 마을에 살았거든요. 그 동네 되게 조용하고 좋았는데. 갈 때마다 새로운 게 생겨서 조금 아쉬워요. 고등학생 땐 친구들이랑 자전거 타고 안목항을 지나가곤 했어요. 지금은 사람이 너무 많아졌지만요. 사람이 많아져서 좋기도 한데, 아쉬운 점도 있죠. 강릉이 많이 변하고 있거든요. 엄청난 관광지가 되고 있어요.

사실 어렸을 때는 강릉에서 왔다는 게 약간 부끄러웠어요. 강릉 친구가 서울에 놀러 와 지하철에서 사투리를 쓰면 괜히 신경이 쓰였고요. 강릉은 항상 빨리 뜨고 싶은 곳, 벗어나고 싶은 곳이었어요. 그런데 언젠가부터 고향이 있다는 게, 돌아갈 곳이 있다는 게 고마워졌어요. 고향에 애정이 생기더라고요.

 

Q. 요가할 때 가장 좋아하는 자세가 있나요?

전사자세 1번 좋아해요.

요가 시작한지 얼마 안 됐을 때, 전사자세가 유난히 안 되는 거예요. 딱히 유연성이나 근력이 필요할 것 같지도 않고, 오히려 쉬워보이는 데도요. 그래서 그 자세 할 때마다 괜히 자격지심이 생겼어요.

그런데 하다 보니까, 어느 순간 자세가 딱 잡히는 게 느껴지는 거예요. 되게 꽉 차고 편한 느낌이 들었어요. '내가 좀 늘었구나' 하는 생각도 했고요. 앞으로도 좋아하는 동작들을 발견해나가겠죠.

 

Q. 앞으로 배워보고 싶은 게 있으세요?

수영을 배워보고 싶어요. 바닷가 마을 강릉 출신인데 수영을 못하거든요. 항상 배워야지 생각은 했는데 못 하고 있다가, 거리두기 단계 격상하기 전에 등록했었어요. 그런데 3주 다니고 수영장이 문을 닫아서 여전히 수영을 못하는 채로⋯ 코로나 잠잠해지면 수영을 배워보고 싶어요. 

 

Q. 현도님이 생각하시는 건강한 삶이란?

생각해봤는데요.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상태를 유지하는 게 건강함인 것 같아요.

허리디스크를 10년 째 달고 사는데, 요가 하고나서 조금 나아지긴 했지만 이것 때문에 하고싶은 걸 못하는 경우가 생기거든요. 예를 들면 경포 호숫가 달리는 걸 되게 좋아했어요. 뛰는 데서 오는 상쾌함이 좋았는데, 사실 못 뛴지 좀 됐어요. 최근에도 요가를 무리해서 하다가 다치는 바람에 회복하는 데 거의 3주 걸렸고요.

어딘가 안 좋고 건강하지 않으면 그런 제약이 생기는 것 같아요. 내 삶을 영위할 수 있게, 몸과 마음 상태를 잘 유지하는 것이 건강함이라고 생각합니다.

 

Q. 썬나도민들에게 인사 한 마디 남겨주실 수 있을까요?

하려는 일, 순조롭게 잘 됐으면 좋겠어요.

옛날에는 친구들 만나면 별 얘길 안 해도 그냥 유쾌했어요. 시덥잖은 농담 하느라 밤새고 그랬는데.
요새는 만나면 한탄이 많아지는 것 같아요.

주변 친구들도 저랑 연령대가 같다 보니, 사실 저와 비슷한 상황에 직면해 있거든요. 직업이 있는 친구라고 할지라도요. 30대 초반으로서 정체성을 찾는 친구도 있는가 하면, 하려던 거 접고 다른 것에 도전하는 친구도 있고요.

어쨌든 다 비슷한 상황에 직면해 있는데, 각자 잘 해나갔으면 좋겠어요. 저도 마찬가지고요. 저는 3월부터 요가 지도자 과정을 수강할 예정이에요.

에디터 & 인터뷰어: 망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