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et Our Friends | 라잇요라이프 송예원 대표

mango

 2021-02-22  1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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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로 나를 사랑하는 일

라잇요라이프 대표 송예원

자신을 기록하는 일은 언제 어디서건 할 수 있는 명상이다. 스스로 관찰할 용기와 성의만 있다면 말이다. 개인적 기록은 때로 미래의 자신을 향한 통신 수단이 되기도 한다. 십대 때 별생각 없이 끄적인 낙서 쪼가리가 10년 뒤의 자신에게 보물로 발견될 때가 있다. 잠들기 전 무심하게 적어 내린 한 줄은 마치 만트라처럼 한동안 자신을 붙들어줄 암시가 되기도 한다.

디지털 환경에서 기록의 형태는 셀 수 없이 다양해졌지만, 손으로 직접 쓰거나 그리는 일은 여전히 직관적이고 솔직하게 몸의 신호를 반영한다. 그래서일까. 자신의 내면을 꾸준하게 관찰하거나 구축하는 사람들은 종이와 연필을 좀처럼 손에서 놓지 못한다.

디자인 문구 브랜드 '라잇요라이프'는 일기의 즐거움에서 출발했다. 2019년부터 인스타그램을 기반으로 성장한 라잇요라이프의 피드는 마치 평범한 대학생이 혼자서 신나게 적어 내려간 '다꾸' 일기처럼 보이지만, 어느덧 팔로워와 능숙하게 소통하고 꾸준히 제품을 출시하며 브랜드의 모양을 갖춰가고 있다. 오늘도 '일기로 나를 사랑하는 일'을 잊지 않는 라잇요라이프 운영자 송예원(라잇)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대학 졸업반은 자신의 사회적 쓸모를 놓고 고군분투하는 시기다. 일반적으로 조직에 취직하기를 고려하기 마련이지만, 이 시기 송예원 대표는 자신의 오랜 취미를 붙들었다. 바로 일상적 감정과 계획을 다이어리에 채워 넣는 것이다.

처음부터 '다꾸 용품'에 관심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그저 탁상 달력에 무언가를 적고 그리는 재미가 자신을 돌아보는 기쁨으로 이어진다는 걸 발견했다. 그 기쁨을 혼자만의 것으로 남기기보단, 여러 사람과 공유하고 교류하는 길을 택하면서 모든 일은 시작되었다.

"2018년쯤 인스타그램이 뜨기 시작했어요. 그때 내 취미를 올려야겠다는 생각에 '라잇요라이프(writeyolife)' 라는 아이디를 별생각 없이 만든 거예요. 예상외로 반응이 좋았고, 결정적으로 사람들이 저의 그림체를 좋아해 줬어요. 어떤 분이 그림을 그려 팔아달라고 한 게 제품 제작의 시작이었어요."

평범한 대학생의 취미가 하나의 브랜드로 일어서는 데는 학교가 운영하는 창업 지원 센터의 도움 역시 작지 않았다. 사무실을 얻고, 경영이나 브랜딩 관련 수업을 듣는 등 기반을 다져나가면서 2019년 4월 생애 첫 사업자등록을 하게 됐다.

혼자서 운영하는 사업체다 보니 한꺼번에 많은 것을 시도하진 못한다. 대신 정말 만들고 싶은 제품만 집중해서 제작하고, 벌어들이는 수익은 다시 사업에 투자하면서 인지도와 판매량을 키워가는 상황이다.

한편, 일반적으로 회사 취업에 매진하는 20대 또래와 달리 스스로 일거리를 개척하는 삶은 불안을 동반하기도 했다. 나이가 차면서 취업 시기를 놓칠 것에 대한 조바심도 있었다.

"저에게서 이유를 찾는 과정이 힘들었어요. 지금도 찾아가고 있고요. 창업이라는 게 그냥 하고 싶은 걸 만들고 끝나는 게 아니라, 하나부터 열까지 생각도 못 했던 걸 책임져야 하는 거니까요."

그럴수록 매달린 것은 발품과 용기의 시간이었다. 마침 충무로에서 학교를 다녔기에 을지로 일대 인쇄 골목을 밥 먹듯이 드나들었다. 잔뼈 굵은 사장님들에게 말 붙이며 제품 제작을 위한 노하우를 쌓아갔다. 책방이나 서점에 가서는 직접 제품을 보여주며 자신을 소개하고 입점 가능성을 물었다.

“수더분한 성격은 아니라서 모르는 사람에게 쉽게 말 붙이진 못하거든요. 그런데도 용기를 내서 물어봤다가 거절당한 적도 있었고요. 절망한 적도 많지만 포기하지 않고 상품을 개선하는 데 힘썼어요. 최근에는 협업 문의도 많이 들어와서 신기해하고 있어요.”

제품 기획부터 디자인, 제작, 촬영, 상품 소개페이지 구성과 마케팅, 그리고 포장과 판매에 이르기까지 1인 기업을 운영하는 그는 여러 전문가의 역할을 혼자 소화하느라 24시간이 모자라다. 한편으론 자신의 부족함을 감내하며 빠르게 성장하는 귀중한 경험이기도 하다.

"단지 취미였기에 (사업을) 계속해올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만약 처음부터 창업이 목표였다면 꾸준하지 못했을 거예요."

 

라잇요라이프는 2019년부터 현재까지 총 40~50개 제품을 출시했다. 대부분 다이어리를 채우는 데 사용하는 스티커, 메모지, 마스킹 테이프 등이다. 그중에서도 송 대표 스스로 가장 즐겨 사용하는 '최애템'은 단연 '월간 책장 스티커팩'이다. 월 단위로 독서를 기록하는 도구로서, 최근 라잇요라이프의 주요 콘셉트가 ‘독서 기록용 디자인 문구’로 자리 잡게 된 계기이기도 하다.

일반적인 스티커와 차별점이 있는 이 제품은 단순히 다이어리에 붙이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그 위에 글씨를 적어넣을 수 있다는 아이디어에 착안했다. 하나의 콘셉트를 다른 제품에도 일관되게 적용하자 구매율도 늘었다. 일반적인 마스킹 테이프와 달리 글씨를 쓸 수 있는 ‘북러버 마스킹 테이프’도 그중 하나다.

이처럼 독서를 테마로 한 제품은 사용자에게 독서 유도제의 역할을 하고 있다. 입점처 중에서도 특히 책 애호가가 모이는 독립서점이나 책방 등에서 좋은 반응이 들려온다. 구매자로부터 '스티커 덕에 책 한 권 더 읽었어요.', '책 읽으려고 샀어요.'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느끼는 보람은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다.

“저는 문구의 실용성이 무척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어쨌든 버려지면 쓰레기가 되는 거니까요. 일상을 더 낫게 하는 물건이 의미 있다고 생각해서 실용성을 더한 제품을 고민합니다. 아직은 몇 개 없지만 어떻게 더 확장하고 경쟁력을 갖춰나갈지 많이 고민하고 있어요."

제품 개발의 아이디어는 대개 낙서에서 출발한다. 예를 들면 평소에 학교 강의를 듣다가 무의식적으로 끄적인 그림을 나중에 좋은 아이템으로 재발견하는 식이다. 사람들이 무엇을 좋아할지 처음부터 분석하고 래퍼런스를 따라하기보다는, 자기 자신의 욕망에서 출발하여 제품화해보고 반응을 살피는 것이 그의 방식이다. 거창하기보단 ‘하찮게' 보이면서도 친근한 그림체가 라잇요라이프의 강점이기도 하다.

"내가 어떻게 기록하면 재밌을지를 고민하다 보면 그게 제품으로도 이어져요. 기록을 게을리하면 저에게는 정말 큰 타격인 거죠."

송예원 대표에게 일기의 즐거움은 무엇일까. 그는 ‘일상의 주도권'을 말한다.

"저는 고민과 생각이 많은데, 기록하지 않으면 생각이나 위치를 잃어버리게 돼요. 그래서 기록을 통해 일상의 주도권을 가지고 산다는 것을 느껴요. 그 목적이 옛날에는 자신을 알아가고 발견하는 거였어요. 요즘에는 앞으로 나아가려는 목적이 커요. 닮고 싶은 사람들의 말을 필사하고 미래를 계획하며 어떻게 살고 싶은지, 무엇이 되고 싶은지 방향을 맞춰가는 거죠."

건강한 삶이 무엇인지 묻는 말에, 그는 ‘나만의 기준을 정하고 지키려고 하는 것'이라고 대답했다.

“자기다운 삶의 기준을 알고, 그걸 즐기며 사는 것이요. 또 그걸 당당하게 표현하며 사는 게 건강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면에서 저는 아직 건강하지 않은 것 같아요. 내가 정말 원하는 게 무엇인지 아직 찾아가고 있거든요. 언젠가 그걸 찾겠죠?”

 

라잇의 필사

"자기 것이 있어야 유행도 안 타."
내가 매력을 느끼는 이들은 모두 자기답게 사는 사람들이었다. 누군가를 따라하는 사람이나 브랜드는 시간이 지나면 트렌드라는 파도에 휩쓸려갔다. 심지어 '자기다움'이라는 말조차 유행이 되어버린 느낌이다. 나답게 하라는 건 특별하거나 특이하게 하라는 게 아니다. 스스로 기준을 정하고 그걸 잃지 말라는 뜻이다.
- <기록의 쓸모> 중

 

라잇요라이프 SNS 채널

인스타그램: @writeyolife

 

에디터 & 인터뷰어: 망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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