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지의 야매로운 채식세계
가지의 야매로운 채식세계 | 프롤로그: 뚜껑 열어봐야 아는 채식
2021. 3. 16 | mango
 


가지의 야매로운
채식세계🍆

프롤로그

뚜껑 열어봐야 아는 채식

뚜껑 열어보기 전에는 모른다는 말이 있다. 그러나 세상의 모든 뚜껑을 열어볼 수는 없어서 그저 ‘그 안에 뭐가 있겠거니’하고 살다 보면 어느새 내 안에 편견이 차곡차곡 쌓이기도 한다.

채식을 시작하기 전에는 나같이 요리도 못하고, 먹는 생각으로 하루를 산다 해도 무방한 사람이 채식을 하게 되리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채식’이라는 건 어쩐지 천연염색한 두건을 머리에 두른 인자한 아주머니께서 산골짜기에서 갓 캐온 두릅을 손질해 작년에 담근 백김치와 함께 먹는 장면을 연상시켰다. 양도 새 모이만큼 먹는 것이 채식인 줄 알았다. 그래서 나는 불가능하리라 생각했다.

솔직히 요가도 그렇다. 요가를 시작한 지 거의 3년은 되어가지만, 누군가 얼마나 요가를 했냐고 물어보면 나의 대답은 항상 ‘일 년 즈음’에 머물러 있다. 왜 그럴까. 요가를 3년 정도 한 사람이라면 물구나무서기 쯤은 당연히 할 줄 알며 아주 유연할 것이라는 사람들의 기대를 의식했기 때문이다. 사실 그 기대는 다른 사람들이 아니라 바로 내가 가진 편견이라, 나는 언제나 요가 경력(?)을 속인다.

아니 뭐, 미국에 산다고 다 영어를 잘하는 것도 아니요. 바리스타라고 해서 다 커피를 좋아하는 것도 아니지 않은가? 고기는 먹지 않지만 나는 여전히 먹는 일을 사랑하고, 그럴듯한 요리와는 거리가 멀고, 새 모이보다는 공룡 모이에 가까운 양으로 식사하며 즐겁게 살고 있다. 잘 갖춰진 채식 레시피와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에 ‘아니, 이런 식으로 채식을 한다고?’라는 당황을 안겨주려 한다. 좋게 말해 ‘채식의 다양함’, 제대로 말해 ‘야매로운 채식’을 이야기해보려 한다. 야매채식 시이작.

글 & 그림: 가지🍆
디자인: 메리☂
에디터: 망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