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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식증에서 벗어나 빵집 사장이 되기까지 | 써니브레드 송성례 대표
2021. 4. 7 | mango
 


폭식증에서 벗어나 빵집 사장이 되기까지

써니브래드 송성례 대표 인터뷰

 

 

 


2016년 경기도 구리의 작은 공방으로 시작된 써니브레드는 밀가루 음식을 못 먹는 이들도 즐길 수 있는 ‘글루텐프리(Gluten-Free)’ 빵 전문점이다. 2017년 이태원에 매장을 열어 그야말로 ‘핫플레이스’가 되었다. 도둑이 한밤중에 가게에 침입해 빵만 잔뜩 먹고 갔다는 웃지 못할 일화로도 유명하다.

 

써니브레드를 차린 송성례 대표는 어린 시절부터 ‘빵순이’였다. 하지만 밀가루에 들어있는 글루텐 성분에 과민반응을 보였기에, 글루텐프리 빵을 직접 만들어 먹다 결국 빵집을 차리게 되었다.

 

놀랍게도 그는 오랜 시간 섭식장애에 시달렸었다.  마른 몸을 유지해야 한다는 생각에 거식증과 폭식증을 오가며 건강을 해치는 다이어트를 지속했다.

 

밀가루를 먹지 못한다는 고충의 이면에는 생존에 필수적인 먹는 행위 자체를 누리지 못한다는 또 다른 고통이 자리 잡고 있었다. 그렇다면 그는 어떻게 자신을 극복할 수 있었을까. 가게 이사 준비가 한창인 송성례 대표와 이 주제로 이야기를 나눠봤다.


 

 

송성례 대표님, 반갑습니다. 간단히 자기소개 해주세요.

 

안녕하세요, 빵집 사장 송성례입니다. 글루텐프리 식품 연구를 독학으로 시작해 꾸준히 지속하고 있어요.

 

2017년 1월 1일에 써니브레드 매장을 열었는데요. 비슷한 시기에 글루텐프리 빵집이 세 군데나 생겼어요. 일을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금방 친구 같은 존재가 많이 생긴 셈이죠. 정말 감사한 일이에요.

 

 

국내에서 글루텐프리 베이킹을 처음 시작했을 때만 해도 정보가 거의 없었다고요.

 

한창 공부하던 2015년쯤엔 한국에서 글루텐프리 식품을 찾아보는 게 정말 어려웠어요. 배우고 관찰하고 싶어도 아예 법적인 기준조차 없었죠. 그래서 미국이나 유럽 시장을 타깃 삼아 조사했어요.

 

처음에는 베이킹 재료도 전부 해외 직구로 사용해야 했어요. 대용량으로 받기 어려워 가격이 다소 높았죠. 이제는 제가 찾아다니지 않아도 글루텐프리나 비건 제품을 수입해와 소개하는 회사들이 생겼어요. 처음 이 일 시작하면서 바라던 걸 한 단계씩 이뤄가고 있고, 써니브레드가 영향을 주고 있다는 생각에 뿌듯해요.

 

 

베이킹에 관한 아이디어나 영감은 주로 어디서 얻으시나요?

 

저부터가 글루텐을 못 먹고 다양한 식이를 몸소 체험했기에, 저와 비슷한 분들이 무얼 먹고 싶어하는지 잘 이해하고 그분들과 소통도 자주 해요. 일반적으로 ‘글루텐프리’라고 하면 고급스러운 음식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남들이 다 먹는 걸 가장 먹고싶어 하거든요.

 

매장에서 가장 유명해진 제품이 ‘초코파이 케이크’인데요. 저같은 사람들은 초코파이 조차 못 먹는지라. ‘초코파이’가 갖고 있는 식문화에 합류하기를 바라요. 맛은 아주 흔하지만 한편으론 아주 특별한 게 초코파이잖아요. 붕어빵, 호떡, 초코파이 등 보통 사람이 먹는 음식을 어떻게 우리도 같이 먹어볼 수 있을까. 그걸 고민해요.

 

 

개인 블로그에 ‘다이어트에 반대한다’고 적어주신 대목이 인상적이었어요.

 

저는 어릴 때부터 사회적 미의 기준에 부합하지 않은 아이였어요. 큰 눈, 오똑한 코, 날씬한 몸, 피부 등 모든 면이 미디어가 비추는 미의 기준에 맞지 않았어요. 항상 스스로 못생겼다고 여기며 살아왔고, 그래서 자존감이 낮기도 했지요. 성인이 되고 예뻐지고 싶어서 다이어트를 시작했죠. 나를 위해서, 나를 사랑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는데 아니었어요.

 

5년이라는 시간. 20대 초반의 가장 중요한 나날을 음식과 다이어트 생각으로 보내고, 내가 아닌 남이 되려 애쓰느라 낭비한 것이 정말 후회스러웠어요. 이제라도 제대로 살자고 생각했죠. 어떻게 할 수 있을까. 첫 번째가 “다이어트를 그만두자.” 였어요. 정말 ‘나’를 위하는 다이어트란 게 있긴 할까 의구심이 들었거든요.

 

 

 

어느 정도로 외모 강박에 시달렸나요.

 

아침에 일어나면 가면을 벗고 ‘예쁜 여자’가 되고 싶었어요. 꿈이 가수였기에 무조건 연예인과 아이돌 기준에 맞춰야 한다고 생각했거든요. 오로지 목표는 예뻐지는 것. 그게 반평생 목표였던 것 같아요. 하나님께도 예뻐지게 해달라고 항상 기도했어요. 새벽기도까지 나갈 정도로 진지하게. 그 어린 나이에 매일같이 성형수술을 알아보곤 했거든요. 죄의식이 들어서 운동했고, 체중이 1킬로라도 올라가면 울었고요. 매일 줄자로 몸을 재고 기록하며 살았어요. 그 정도로 강박증이 심했어요.

 

가장 말랐을 때가 키 165에 46킬로였어요. 딱 원하던 몸무게였거든요. 근데 너무 무서운 게, 그 와중에도 뺄 살이 거울 속에 보이는 거예요. 신체이형장애(body dysmorphia)라고 스스로가 왜곡되어 보이는 정신적인 문제예요.

 

다행히 그때 내게 문제가 있다는 걸 깨달았어요. 그래서 날 잡고 스스로와 대화하기 시작했어요. 대체 이걸 왜 시작했는지, 왜 더이상 정상인처럼 배부름을 못 느끼고, 한번 폭식을 시작하면 자꾸 허기가 지는지. 생각해보니 다이어트를 처음 시작한 이유가 중요하겠더라고요. 말로는 나를 사랑해서 시작했다지만, 사실은 증오했던 거예요.

 

 

5년 간 거식증과 폭식증을 겪고 극복도 하셨다고요. 두 가지가 얼핏 정반대인 것 같지만, 한 끗 차이라고 하던데요.

 

거식증은 음식을 절제하는 거잖아요. 절제가 오래되면 몸이 살려고 발버둥 치는데, 그게 폭식이에요. 온종일 음식 생각만 하고, 매일 배고픔에 시달리고. 폭식으로 인한 죄책감 때문에 또다시 거식증으로 돌아가는 악순환이 반복되죠. “먹은 만큼 굶어야 해.” 저도 그랬거든요. 하루 정신 놓고 폭식하면 그다음 날은 무조건 굶어야 마음을 놓았어요. 하루만 굶는 게 아니라 이틀, 삼일, 사일, 일주일... 한 달.

 

 

특히 젊은 여성들 사이에서 이같은 섭식장애가 심하다고 해요. 당사자로서 이 현상을 어떻게 보시나요?

 

우리는 태어나면서부터 자존감이 낮지 않아요. 아름다우면 인생이 행복해지고 더 빠르게 성공할 수 있다는 생각을 저도 했더랬어요. 더 빨리 가수가 되고 더 많은 사람들이 날 좋아해 주지 않을까.

 

미디어에 꾸며져 나오는 사람들. SNS에 올라오는 사진들도 보면 꾸밈 어플을 많이 사용하잖아요. 얼마나 왜곡되었는지, 진짜인지 가짜인지 구별하기 어렵거든요. 외모의 기준점을 어디선가 세우고 있어요. 여자의 몸무게, 피부 색깔, 화장은 어떤 것이 바람직하다고 어디선가 계속 주입하는데, 처음엔 무시하다가도 서서히 신경 쓰게 되죠.

 

 

그럼 다이어트를 어떻게 그만두셨나요?

 

다이어트를 그만두는 데도 2년이 걸렸어요. 칼로리 생각하는 게 습관이 된 상태였거든요.

 

내가 나의 엄마이자 딸이라고 생각하며 천천히 없앴어요. 부모님이 주시는 무한대의 사랑. 그 사랑을 나에게 주기로 했어요. 그래서 딸에게 하고 싶은 말을 나에게 해줬어요. “네가 비만이 되어도 널 사랑하는 건 변함이 없어. 그런데 지금은 너무 아프고 지친 상태야. 그러니까 우리 다이어트하지 말자. 도와줄 테니 같이 행복해져 보자.”

 

 

섭식장애를 극복하고, 글루텐프리 베이킹으로 맛있는 행복을 나누고 계신데요. 그 용기를 독자들에게 나누어주실 수 있을까요?

 

가장 빛나는 시간을 꼭 다시 제게 선물하고 싶었어요. 놓쳐버린 시간이 너무 길었잖아요. 잃어버린 5년을 돌려줘야지만 내 인생에 미안하지 않겠다고 생각했어요. 이후 겁 없이 창업을 시작하고, 음식을 만들며 즐기고. 운동할 때도 강박 없이 나에게 충분한 시간을 주었어요. 또 옆에 있는 사람에게 의존하지 않고 성장해야겠다는 마음이 컸어요.

 

그 마음으로 “해보겠다. 도전해보겠다. 시간을 최대한 앞당겨서 써야겠다.”라고 다짐했고요. 다니던 학교도 걱정이나 의심 없이 나왔고. 누가 뭐라 하든 내 길을 가보기로 했어요.

 

 

 

젊은 창업인으로서, 진로를 고민하는 또래에게 건네고 싶은 말이 있을까요?

 

대학생이었던 스물 셋에 창업했을 거예요. 창업하면서 느낀 건, 뭘 하든 힘든 건 똑같다는 거예요. 좋아하는 일이라서 더 잘 버티는 건 맞아요. 그래서 성공할 확률이 높아지지만 힘든 건 마찬가지예요. ‘좋아하고 잘하는 일을 찾으면 더 쉽게 성공할 수 있다’는 로망을 버리는 게 첫 번째라고 생각해요.

 

어차피 한번 사는 인생이니까, 나도 주인공처럼 살면 되지 않을까. 영화 한편 쓴다는 생각으로 재밌게 살아보려 해요. 힘든 일 없이 건너왔으면 지금처럼 인터뷰 할 때도 재미가 없겠더라고요. 굴곡이 있어야 사람들이 감동도 받고 공감도 할텐데 말이죠. 어려움이 있을 때마다 인터뷰에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하며 극복해요.

 

 

이태원 공간을 잠시 접고 서울숲에 새로운 공간을 준비 중이시라고요.

 

이태원 건물이 너무 노후하기도 했고, 공간이 워낙 협소해서 직원들도 그간 불편한 점이 많았어요. 서울숲 공간은 10평 남짓인 지금보다 8배 쯤 커지고요. 대기 없이 식사할 수 있을 정도로 충분히 넓어졌어요. 50인 정도는 넉넉히 오실 수 있을 듯 합니다. 베이킹 클래스를 할 수 있는 스튜디오 공간도 있고, 친환경적인 요소가 더 들어가게 됐어요.

 

나중에는 직영점을 냈으면 싶기도 해요. 써니브레드를 더 발전시키고 단단하게 만들어줄 다양한 분들과 계속 이어나가고 싶어요.

 

 

써니브레드를 통해 사람들이 어떤 경험을 했으면 하나요?

 

포용하는 삶이 가장 건강하다고 생각해요. 음식도 참 다양하잖아요. 스스로의 아름다움을 찾는 것처럼, 자신에게 어떤 음식이 맞는지 그 자유를 찾도록 해주고 싶어요.

 

제가 항상 듣는 말이 “밀가루 못 먹어서 어떻게 살아?”거든요. 써니브레드 공간에서만큼은 소외감이 아니라 따뜻함을 느꼈으면 좋겠어요. 밀가루를 먹든, 비건이든, 키토제닉에 저탄수화물을 하든 서로 존중하고요. 누가 와도 반겨주고 친구가 되는 공간이 되었으면 해요.

웹사이트
온라인스토어베이킹 클래스 , 송성례 대표 블로그
인스타그램
@sunnybreadkr , @sunnythecaker

 

에디터 & 인터뷰어: 망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