썬나도민 인터뷰
세상이 변해도 흔들리지 않는 법 | 권도희님 인터뷰
2021. 8. 4 | 홍시🍊
 

 

세상이 변해도 흔들리지 않는 법

썬나도민 권도희님 인터뷰

 

요가를 하면 뭐가 좋나요? 라는 질문은 요가에 대해 이야기를 할 때 항상 따라오는데요. 이제는 이 인터뷰 링크를 보내줄 것 같아요. 요가는 더 빨리 나 자신에게 집중하도록 도와준다고요. 사람마다 요가를 통해 얻는 것은 다른데 도희 도민님은 요가를 통해 상황과 감정을 분리하고 '나'에게 온전히 집중하게 되셨다고 해요. 코로나로 인해 지친 지금, 상황과 나를 분리하고 '나'에게 집중하는 건강한 삶을 사는 도희님의 인터뷰를 보며 썬나 도민님들이 건강한 삶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볼 소중한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Q. 어떤 일을 하고 계신가요?

저는 그래픽 디자이너 겸 일러스트레이터로 일을 하고 있어요. 주로 뮤지션들의 앨범커버나 공연 포스터를 만들어요.

 

 

Q. 하루는 주로 어떻게 돌아가나요?

아침 일찍 일어나 호흡 수련, 명상, 스트레칭으로 하루를 시작하고 정오까지는 요가도 하고 가끔 운동도 하면서 빈둥거리면서 시간을 보내요. 그리고 점심을 먹고 나서부터 늦은 저녁까지 일을 하는 것 같아요.

 

 

Q. 쉴 때는 무엇을 즐겨 하시나요?

일 때문에 그리는 그림말고 그리고 싶은 그림을 그려요. 또 혼자 넷플릭스를 켜둔 모니터 앞에서 좋아하는 맥주와 음식을 와구와구 먹어요.

 

 

Q. 좋아하는 활동은요?

좋아하는 음악 듣기랑 그 리스트에 추가할 또 새로운 음악을 찾는 것을 좋아해요. 정말 좋아하는 음악을 찾으면 머리카락이 쭈뼛 서는 희열감을 느낄 때가 있는데 그 순간이 너무너무 좋아요. 또 오토바이 타고 목적지 없이 여기저기 다니는 것도 좋아하고, 자연 속에 폭 파묻히는 것도 너무 좋아해요. 특히 제가 있는 곳에 노천 온천이 있는데 새벽에 가서 온천욕을 하면서 해가 뜨는 걸 보는걸 정말 좋아해요.

 

 

Q. 이외에 본인을 잘 표현하는 특징이 있나요?

취향이 둘로 나누어져 공존한다는 것? 제가 좋아하는 것들을 나열해보면 그 속에 반드시 대비가 있다는 걸 발견했어요. 저의 작업 스타일인 복잡, 요란하고 다채로운 작품들을 좋아하지만 하얀 대지와 같은 미니멀한 작품들도 너무 좋아하고요, 새 소리와 물소리만 들리는 자연 속에 칩거를 즐기지만, 도시에 나가면 시끄러운 클럽에서 해 뜰 때까지 마시고 춤추는 것도 좋아해요. 생긴 건 무섭게 혹은 못되게 생겼는데 알고 보니 아무 때나 눈물 콧물 짜내는 찔찔이라는 얘기를 많이 들었는데 그래서 취향에도 반전이 있나 봐요 하하

 

 

Q. 걱정이 많을 때 글쓰기를 한다고 하셨는데, 글쓰기를 평소에도 많이 하시나요?

저는 글쓰기를 너무 무서워해요.. 저의 천성엔 색과 모양들로 그림을 만들어 표현하는 능력이 있지만, 언어에 대한 능력은 아주아주 작다고 생각하거든요. 아무도 보지 않을 제 ‘일기'를 쓰게 시작된 것도 정말 힘들었어요. 그래서 올해 1월 1일부터 쓰게 된 일기가 제가 쓰고 있는 유일한 글이에요!

 

 

Q.글쓰기를 무서워한다고 하셨는데, 어떤 계기로 용기 내서 글쓰기를 시작하셨나요? 혹시 어떤 방식으로 글을 쓰고 계신지도 궁금해요. 아직 시작하지 못한 도민님들께도 도움이 될 것 같아요!

요가를 시작하면 자연스럽게 관심이 명상과 마음 수련으로 이어졌는데 관련 비디오나 포스트들을 읽어보면서 가장 자주 눈에 띄던 단어가 ‘Journal(일기)’이 아닐까 싶어요. 그만큼 글로 쓰는 게 마음 달래기엔 최고라는 걸 알 수 있었죠! 그래서 올해 새해가 시작하던 1월 1일에 자정부터 새벽까지 작년 한 해를 리뷰하고 올해 목표를 세워 적었어요. 그리고 그날 부터 일기 쓰기도 시작하게 되었죠.

일기를 쓰면서 연습했던 건, 단순히 오늘 뭘 먹었고 어딜 갔다 왔다는 내용뿐만 아니라 하루를 되돌아봤을 때 자연스럽게 주목되는 내 감정이나 생각들을 우선 적고 내가 왜 그렇게 느끼고 생각했는지 살펴봐요. 나름의 분석을 하는 거죠.하다 보면 부끄럽고 당황스러운 감정도 막 올라오고 눈물도 났다가 막 사랑도 넘쳐났다가 숨 쉬고 있는 내 방 안의 공기마저 감사해질 때도 있고요, 너무 신기해요!

 

거기다가 아침에 눈 뜨자마자 그리고 자기 직전에 감사한 것 3가지씩 적는 습관도 만들어가고 있어요. 일기가 부담스러운 분들에겐 이렇게 딱 하루에 3가지 적기로 시작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대단한 걸 적지 않아도 괜찮거든요, 저는 예를 들어 ‘떡볶이 먹고 싶을 때 사 먹을 돈이 있어서 감사' 같은 걸 적어요. 내가 언제든 떡볶이 먹고 싶을 때 먹을 수 있는 건 정말 엄청나지 않나요?

 

 

Q. 글쓰기를 할 때 어떤 점이 좋으신가요?

일단 기본적으로 빈 대지를 까만 글자로 야금야금 채운다는 점에서 일종의 성취감을 주는 것 같아요. 정말 아무것도 하기 싫은 날 혹은 아무것도 하지 않아서 괴로운 날, 일기를 한 페이지 쓰고 나면 이거라도 했다는 마음에 조금 편안해지곤 해요.

 

그리고 한번 몰입하게 되면 저절로 써진다는 점도 좋은 것 같아요. 줄줄 써 내려가다 한 페이지가 모자라서 모서리에 닿게 되면 그제야 써놓은 것들을 읽어보고 ‘우와 내가 이렇게 느끼고 있네, 이런 생각을 하고있네' 하고 제 마음을 관찰할 수 있게 돼요. 내가 밖으로만 보느라 알아차리지 못했던 것들 혹은 어쩌면 내가 알면서도 모른 체 했던 것들까지도요.

 

 

Q. 도희님 디자인 작품들을 보면 색이 뚜렷하더라고요. 이런 뚜렷한 색을 쓰게 된 계기가 있으신가요?

다 저의 취향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화려한 무늬와 색감을 좋아해서 태국을 여행하다 정착하게 되었고 여기 있으면서 더 색감이나 표현에 대해 자극받으면서 그런 취향들이 더 진해진 것 같아요. 예전부터 제 옷장을 보면 지금의 제 작업 인스타그램 계정처럼 항상 요란하고 시끌벅적했어요.

 

Q. 자신만의 색을 갖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시나요?

한 우물을 계속 파는 노력이 필요한 것 같아요. 그렇다고 해서 매 순간 안간힘을 쏟는 힘든 노동 같은 노력 말고 내가 좋아하는 것을 꾸준히 좋아하고 사랑하고 공부하는 그런 노력들이요. 계속 그렇게 하다 보면 내가 가지고 태어난 ‘나’의 원래 색과 후천적인 다양한 경험들로 얻어진 색들이 섞여 오묘한 자신만의 색을 갖게 된다고 생각해요.

 

 

Q. 썬데이나마스떼는 어떤 계기로 알게 되었나요?

인스타그램에서 우연히 봤어요. 알고리즘이 이어준 인연이네요.

 

 

Q. 그럼, 요가는 어떤 마음으로 시작하게 되었나요?

작년 초 코로나바이러스가 퍼지기 시작할 때 저는 마침 태국 치앙다오에 새롭게 자리를 잡은 상태였어요. 아무 생각 없이 치앙다오가 너무 좋아서 눌러 앉아 살려고 했지만, 코로나 사태로 진행 중이던 콘서트와 파티 포스터 같은 일들이 줄줄이 취소되니까 당황스럽고 불안한 마음을 가라앉힐 방법이 없었어요.

프리랜서 생활을 제대로 시작도 해보기 전에 거절당한 느낌이었어요. 여기저기 마음 붙일 곳을 찾아다니고 연구했지만, 결국엔 내 안에 있는 ‘나'를 잘 달래주는 방법밖엔 없더라고요. 그래서 움직이는 명상이라 불리는 요가를 유튜브 비디오를 보고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Q. 사람마다 요가에 대한 생각이 다른 것 같아요. 도희님은 시작 전에 어떻게 생각 하셨나요?

아무나 하는 게 아닌 운동, 깨달음이 있어야만 하는 운동이라고 생각했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항상 요가를 오래 해온 친구들을 보면서 ‘나도 꼭 해야지. 그런데 지금은 아니야'라고 생각했어요. ‘요가를 할 수 있는 상태’라는 게 존재할 것만 같았고 그 순간이 언젠가 뿅 하고 올 거라고 생각했나 봐요. 하지만 요가는 모두에게 열려있고 깨달음이 없어도 할 수 있고 그 과정 중에 깨달음이 있을 수도 있는 아주 유연한 상태들의 집합이었어요.

 

 

Q. 요가를 시작한 후에 어떤 변화가 있었나요?

일단 난생처음 다리를 편 채로 앞으로 숙여서 발을 잡을 수 있게되었고요! 몸의 불균형한 부분들을 알아차릴 수 있게되었어요. 그러고 나니 이 부위가 왜 균형이 맞지 않을까 하고 관심을 가지게 되고 집중적인 케어를 하게 됐어요. 그래서 몸을 균형 있게 맞춰가는 것도 좋지만 내가 나를 잘 돌보는 느낌이 들어서 더 좋은 것 같아요.

 

 

Q. 요가하면서 있었던 인상 깊은 에피소드가 혹시 있었다면, 소개해주실 수 있나요?

저는 요가를 온라인으로 시작하고 늘 혼자서만 해서 큰 에피소드는 없는 것 같아요. 그러다가 한국에 갔을 때 제 인생 처음으로 실제 요가 수업에 간 게 썬데이나마스떼의 하리쌤 수업이었거든요. 첫 수업을 앞두고 이리저리 검색을 해봤더니 요가 수업 중에 방귀 뀌는 사람이 많다고 해서 너무 걱정했어요. 방귀는 소중한 생리현상이지만 첫 요가 수업에 그렇게 큰 소음을 내고 싶진 않았거든요. 다행히 끝까지 방귀 뀌지 않고 무사히 수업을 마칠 수 있었어요. 하하하

 

 

Q. 요즘은 어떤 삶을 추구하시나요?

될 대로 되는 삶이요. 이미 지나간 일, 내가 컨트롤 할 수 없는 일에 발을 구르며 억울해하고 힘들어하는 것보다 흘러가는 대로 결과가 좋든 안 좋든 그 사실 자체를 인정하는 삶이 될 대로 되는 삶인 것 같아요. 그렇게 하면 내 삶의 주인공 자리엔 나에게 일어나는 사건들이 아닌 내 자신이 지키게 되는 것 같아요. 마음 중심에 서서 흘러가는 사건들을 보면서 ‘그래, 될 대로 되라' 하고 관망을 하는 거죠.

 

 

Q. 그런 삶을 추구하기 까지 많은 고민이 있으셨을 텐데, 어떤 과정에서 그런 삶을 추구하게 되었나요?

저는 작년 요가를 시작하면서 자연스럽게 명상에도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더 나아가 오래된 내면의 상처를 치유하고 더 높은 단계에 있는 자아와의 연결을 위해서도 수련하게 됐어요. 이런 수련들은 ‘나'를 모든 것으로부터 분리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요. 심지어 내가 겪고 느끼고 있는 경험들과 감정들 까지요.

 

그래서 이걸 삶을 대하는 태도로 놓고 보면, 내가 현재 부정적인 결과를 얻었다 하더라도 그 결과와 나를 동일시 하지 않고, 그 부정적인 기운 자체에 나를 파묻어놓지 말고 떨어뜨려 놓는 거죠.건 정말 쉽지 않은 일이고 저도 아직도 종종 우울의 늪에 빠지곤 해요. 하지만 이런 것들을 알기 전보다는 훨씬 빨리 긍정적으로 회복하고 있어요.

 

 

Q. 요가가 그 과정에서 영향을 미쳤다면, 어떤 역할을 했나요?

요가는 몸을 직접 쓰는 거라 집중을 빨리하게 해줘요. 위에서 말한 것처럼 모든 것으로부터 나를 분리해 놓고 나를 관찰하는 순수한 상태가 되기 위해 명상을 하는데 그 전에 먼저 요가를 하면 우선 내 몸에 집중하게 되어서 더 빨리 마음 안으로 볼 수 있게 만들어 주는 것 같아요.

 

 

Q. 도희님에게 건강한 삶이란 무엇을 의미하나요?

내 삶을 대하는 태도가 자신 있다면 그게 건강한 삶인 것 같아요. 무언가에 자신이 있으려면 우선 그것을 잘 알아야 하고, 무엇이 이걸 더 빛나게 해주는지, 고장 났을 땐 어떻게 고치는지 등등을 알아야 해요. 내 삶의 주인이 ‘나'인걸 알고, 이런 나를 행복하게 해주는 걸 하고, 힘든 일을 마주했을 때 수긍하고 흘려보낼 준비가 되어있다면 그게 자신 있는 태도가 아닐까요?!

 

 

Q. 결국 나 자신을 잘 아는 삶이네요. 그러면 도희님은 건강한 삶을 위해 어떤 것을 최근에 하고 계시나요? 그리고 앞으로 어떤 걸 하고 싶으시나요?

저는 최근 저의 건강한 삶이 더 반짝반짝 빛나게 하는 노력을 하고 있어요. 저는 일을 많이 하고 사람들한테 작업을 많이 보여주는 게 저의 큰 기쁨인 걸 깨달았어요. 일을 많이 하다 보면 지치는 순간들도 오지만, 할 일이 없어서 불안하고 초조할 때를 더 힘들어 한다는 것도 인정하게 되었고요. 그래서 올해는 정말 열심히 일 하고 있어요.

 

그리고 이번에 다시 태국에 정착하면서 작년에 계획했던 것들을 다시 현실로 이루어 낼 거에요. 치앙다오에 머무는 동안은 작은 아트 & 프린팅 스튜디오를 열어서 지금 하는 디지털 작업 말고도 스크린 프린트나 페인팅 작업도 많이 하고 사람들이 방문해서 작업도 할 수 있게끔 하고 싶어요. 요가나 명상을 할 수 있는 공간으로도 쓸 수 있게 만들고 싶은 생각도 있어요!

 

 

Q.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다른 썬나 도민들에게 한마디 해주실 수 있나요?

저는 이렇게 왕성하게 유익한 콘텐츠들을 만들어내고 커뮤니티를 만들어내려고 노력하는 멋진 요가 스튜디오를 알게 되어서 정말 감사했어요. 저는 태국으로 돌아와 한동안 다시 썬나를 방문할 순 없지만 가까이서 썬나와 수련하실 수 있는 썬나 도민분들 정말 축복해요! 코로나로 지쳐가고 질려가는 요즘 그 고약한 바이러스보다는 각자 자신에게 집중하며 흘러가 보도록 해요.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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썬나도민 권도희 인스타그램 @kwondoheekwon @kimchisuperpower

에디터 & 인터뷰이 : 홍시 @hong_0gam